나는 너의 눈을 밝히고, 너는 나의 마음을 밝힌다
나는 너의 눈을 밝히고, 너는 나의 마음을 밝힌다
  • 이대학보
  • 승인 200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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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하영 기자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음성으로 상대방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처음에 언니 목소리를 듣고 ‘이사람 참 차분하구나’라고 생각했죠”

서로를 마음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정아영(소인·06)씨와 남경미(특교·05)씨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열병으로 시각을 잃은 정씨는 약간의 빛만 어스름히 느낄 수 있다. 남경미씨는 정씨의 장애학생수업지원도우미로 벌써 두 학기 째 정씨의 수업필기를 대신하고 있다.

남씨는 수업시간에 정씨의 눈이 되어준다. “교수님께서 칠판에 글을 쓰시거나 누가 특이한 행동을 해서 사람들이 웃으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를 아영이에게 설명해줘요” 그는 정씨가 시험을 볼 때도 그녀의 옆자리를 지킨다. “아영이는 교수님과 상의해 시험방법을 정해요.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사회학의 이해’는 구술로 시험을 보게 돼 아영이 혼자 시험을 봤지만, 지난 학기 ‘소리문화와 인간’ 시험 때는 아영이가 말하는 내용을 제가 적었죠”

남씨의 도움을 받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정씨도 입학 당시에는 이것저것 걱정이 많았다. “이대생은 콧대가 높아 잘 안 도와준다는 말을 많이 들어 처음에는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하지만 친절한 도우미 언니를 만났고, 언니의 도움으로 학교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자치단위 ‘틀린그림찾기’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저한테 그곳을 소개시켜 준 것도 경미 언니예요”

장애학생과 도우미로 만나 친구가 된 정아영씨와 남경미씨. 이들의 만남은 ‘장애학생수업지원도우미 제도(도우미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우미 제도는 2002년부터 학교의 지원 아래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도우미들은 장애학생의 같은 과 친구들이 장애 학생의 수업필기를 대신해주거나 여러 가지 일들을 도와준다. 학교에서 장학금도 받는다. 현재 70∼80여명의 도우미들이 활동 중이다. “공부가 하고 싶어 어렵게 입학했는데 강의가 들리지 않아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면 비극이잖아요.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도 도우미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봐요” 이야기를 하는 정씨의 표정이 진지하다. “이렇게 학교에서 지원을 해주면 저도 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정씨는 도우미 제도가 장애인들이 당당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도우미 제도를 통해 도움을받는 것은 정씨뿐만이 아니다. 도우미인 남씨 역시 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 제도로 좋은 경험을 서로 주고받는 것 같아요. 제 전공이 특수교육인 만큼 아영이를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요” 그는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봉사는 없다고 덧붙인다.

“얼굴이 긴 사람이 있고, 키가 작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몸이 불편한 것도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이에요. 그것을 진짜 장애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회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장애는 그저 ‘남과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정씨는 10살 때 찬양음반을 내고, 10년 간 여러 교회에서 찬양활동을 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도 해 왔다. 지난 10년간의 활동은 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지니고, 대학 진학을 결심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상대방의 고민을 내 고민처럼 이해해줄 수 있는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부터의 꿈을 이대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통해 실현시키고 싶어요”

장애인도 한명의 인간으로 인정해 주는 열린사회·열린 이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정씨는 많은 학생들이 도우미에 지원해 주기를 당부한다.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 한명 만나러 간다는 기분으로 많이 지원해 주세요.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거에요”

 최윤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