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생산자들 노동착취에서 해방 시키자는 움직임…직거래에서 해답 찾아

한 잔의 커피가 팔리면 커피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판매수익의 약 94%를 기업의 유통·판매업자가 가져가고, 커피를 생산하는 개발도상국 농민에게 지급되는 돈은 커피 값의 0.5%에 불과하다.

이런 불공정 거래에 반대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공정무역(Fair Trade) 바람이 불고 있다. 제3세계 생산자들을 빈곤과 노동력 착취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공정무역은 거대 기업의 개입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환경연대·두레생활협동조합·아름다운가게를 중심으로 필리핀·네팔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 공정무역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공정무역의 날’인 지난 12일(토) 신촌 아트레온 열린 광장에서 ‘세계 희망무역의 날 페스티벌’도 열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희망무역 제품인 ‘오가닉 코튼’패션쇼·동영상 상연·생산자 시연 등이 이뤄졌다.

여성환경연대는 초등학생들에게 공정무역을 알리기 위한 교재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에는 직접 제3세계 생산자들을 만나 작업 환경을 파악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현재 여성환경연대는 희망무역 홈페이지(ecofairtrade.co.kr)를 통해 네팔·인도 여성들이 만든 의류·인형·향신료 등을 판매중이다. 기획홍보팀 서비씨는 “현재는 일본 공정무역회사에서 수입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직거래를 통해 공정무역 물품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인 이상화 교수(철학과)는 “잘사는 나라의 소비자가 가난한 나라 생산자의 물건을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함으로써 평등한 관계의 파트너 무역이 가능하다”고 공정무역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 “빈곤인구의 70%에 달하는 아시아 여성들에게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레생활협동조합 ‘에이피넷(APNet)’에서는 필리핀 마스코바도의 설탕과 팔레스타인의 올리브유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마스코바도 설탕을 판매해 얻은 1400만원의 교류기금으로 필리핀 생산자들에게 관재시설·트래커·우물 등을 제공했다. 정성미 에이피넷 운영위원은 “경제적 도움뿐만 아니라 건강센터·드레스샵·여성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여성의 지위 향상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YMCA도 공정무역에 앞장서고 있다. 공정무역 홍보 캠페인을 진행한 YMCA는 16일(수)∼18일(금) 학생문화관 로비에서 동티모르의 커피·네팔 여성들이 만든 수공예품들을 판매했다. YMCA 남원미 회장은 “공정 무역의 필요성을 많은 학생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행사의 목적을 밝혔다. YMCA 회원인 양란희(행정·05)씨는“할 수만 있다면 교내의 커피·초콜렛 등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바꾸는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 공정무역으로 들어온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판매하고 있는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은 우리나라 공정무역 제품 1호다. 이 커피는 네팔 고산 지대에서 친환경적 농법으로 재배된 원두커피다. 가격은 낱개티백이 400원으로 보통 원두커피티백 가격인 300원보다 비싸지만 원두커피티백보다 판매율이 높다. 생협 서희숙 사업부장은 “청정 지역의 커피인 만큼 맛이 좋아 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학생문화관 생협에서는 필리핀 마스코바도 설탕과 팔레스타인 올리브유도 구입할 수 있다.

이상화 교수는 “학생들이 공정무역의 소비자가 되는 작은 실천을 통해 경제정의를 이뤄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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