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현(언론·05)

요즘 초등학생부터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까지 논술을 배우느라 한창이다. 많은 대학들이 “수능, 내신 못 믿겠다!”며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늘리자 벌어진 해프닝이다. 논술 학원, 과외가 성행하고, 신문사들은 논술 섹션을 만들어 신문을 이용한 논술교육을 외치고 있다. 어떤 신문사는 이미 논술교육센터를 만들어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하니 그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 하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일명 대학생 과외라 불리는 형태다. 학부모들은 신문을 논술교재로 삼는 것을 무척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선생님. 얘네 학교 교장선생님이 ㅁㅁ일보 사설이 좋다고 하던데 그걸 읽히는 게 좋을까요?”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신문 섹션지를 보여주며 “이번 달부터 신청한 거예요. 이거 보고 아이에게 정리 좀 잘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과연 신문 사설이나 논술 섹션이 아이들의 교육에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

전국 10대 종합 일간지 중 별지로 교육 섹션을 발행하는 신문은 경향, 동아,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6개지다. 한겨레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하는 교육’이라는 교육 섹션을 내고 있다. 그 중 ‘글쓰기 교실’이라는 코너에는 학생들의 글과 현직 국어교사의 평이 실린다. 고등학생들의 글은 주로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논설문인 만큼 학생들의 주장도 확고하다. 하지만 이들이 쓴 글은 한겨레의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성향과 닮아 있다. “우리 마음속의 전태일을 깨우자”, “과거사는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4.19혁명” 등. 선생님들의 평도 여기에 동조한다. “분배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4.19 혁명은 현재진행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가장 공감할만한 부분이었다.”

중앙일보는 경제교육을 다룬 섹션인 ‘틴틴 경제’를 매주 발행하고 있다. 경제 지식을 알기 쉽게 만화로 재구성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분배나 복지 정책보다 세계화, 성장위주의 정책이 우선이라는 편파적인 주장을 계속해 드러내고 있다. 양극화를 다룬 섹션에서는 “불평등은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허용하는 한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나와 있다. APEC에 관해서는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만 강조할 뿐, APEC 반대 움직임은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으로 묘사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논술 섹션을 발간하는 일간지에서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논조를 반영해도 되는 것일까? 중앙일보 관계자는 “본지에 쓰인 기사를 바탕으로 만드는 섹션이기 때문에 논조가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본지 기사를 기준으로 여러 내용을 첨가해 각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아이들은 신문 내용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사회적 이슈를 접하는 기회는 부모를 통해서 혹은 논술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전부다. 이런 상태에서 각 신문사의 논조로 가득한 자료를 읽고 논술 공부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현재, 자식에게 논술을 가르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학부모들과 수익창출의 돌파구를 찾은 신문사들이 손발이 척척 맞아 이상적인 수요, 공급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는 당사자는 학부모도, 신문사도 아닌 학생들이다. 신문사의 활약으로 거대한 논술교육 시장이 생성되고 있는 요즘,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논술 시장이 존재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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