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식당, 음식 맛·서비스 질 개선 필요하지만 전담 부서 없어 시정 미흡

“학생식당 음식에 불만이 있어도 어디에다 말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점심식사를 위해 일주일에 3번 정도 학생식당을 찾는다는 조혜림(경제·06)씨. 그는 식당 측에 정해진 식단대로 제공되는 한정식 대신 뷔폐식을 제안하고 싶지만 마땅한 전달 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혜림 씨는 식당도 문제지만 “학생의 식생활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학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본지가 8일(화)~10일(목) 학생식당 만족도에 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천200석 규모의 학생식당 이용률(30.5%)은 이화사랑(36%)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단대별 인원비율에 따라 추출한 재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의 55%가 식당의 음식 질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했고, 약 47.7%가 식당이 제공하는 음식의 맛과 질에 비해 가격이 대체로 비싸다고 답했다. 직원의 친절도·위생상태·시설·메뉴 구성 등에 대한 만족도는 약 41.6%가 ‘보통’ 이라고 답했다.

‘신세계푸드시시스템’이 운영하는 가정관 학생식당 음식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의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식당개선위원회 활동의 부재

식당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식당운영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정기적인 모임은 갖지 않는다. 식당운영위원회는 안건이 생길 때에만 임시적으로 소집된다. 구성원은 총무처장·학생처장 등 학교 관계자가 주를 이루며 학생은 포함되지 않는다. 총학생회 최정아 교육환경개선국장은 “식당운영위원회가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다”며 “학생이 주고객인 만큼 식당운영위원회에 반드시 학생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학생식당에서는 자체적인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 영양사 3∼4명이 하루에 두 번, 식당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음식의 맛과 식당환경에 대해 직접 묻는다. 그러나 식당의 자체 설문조사는 학생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은주(교공·06)씨는 “하루에 서너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 과연 전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미숙 영양사는 “맛에 관한 만족도를 묻는 말에 대부분의 학생이 ‘맛이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한다”며 “메뉴구성·가격책정에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복지센터에서 실시하는 모니터링 제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작년 11월·12월에는 각각 한 차례씩만이 실시됐고, 지난 3월에는 모니터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모니터링은 학생복지센터에 근무하는 학생 조교가 일주일에 한 번 학생식당 음식을 먹고 평가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니터링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학생처에서 팩스·전화를 통해 시정을 요청한다.

교내에 학생식당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는 점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우리학교는 여러 부서들이 식당에 대한 업무 중 일부를 분담해 담당하고 있다. 구매과는 임대료·재계약 등 계약 관련 업무만 처리하고, 학생처는 학생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이를 식당에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학생처 이종원씨는 “처리할 일이 많아 학생식당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다만 불만이 접수되면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는 생활협동조합(생협)이 학생식당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연세대 최영군 생협 차장은 “학교가 식당을 위탁업체에 맡기고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위탁업체와의 지속적인 의견 공유를 통해 식당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생복지관 신축 사업이 완료되면 식당 관리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생협 자체적으로 영양사를 고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학생과 식당간 소통 창구 부족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도 부족하다. 현재 학생들이 식당에 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곳은 인트라넷 ‘Q&A’와‘자유게시판’이 유일하다. 학생처는 게시판에 접수된 불만사항을 해당 부서에 배분한다. 음식 가격이나 맛에 관한 문제일 경우, 식당 측에 시정 요청을 하지만 이는 재계약을 하는 자리에서 건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노경민(국제사무·06)씨는 “자유게시판에 식당 관련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이에 관한 학교의 공지도 없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숙대)는 자유게시판을 통한 문제 시정이 활발히 이뤄진다. 숙대에 재학 중인 하솔잎(영문·03)씨는 “자유게시판에 불만을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따로 마련돼 있어 학생들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학생식당 영양사가 답변을 달아준다. 식당 측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수용하기 때문에 해결도 빠른 편이다. 숙대 함은정 학생식당 영양사는 “음식에 대한 불만이 접수되면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시정하겠다고 답변한 후, 조리법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메뉴에 대한 평가도 게시판을 통해 이뤄진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은 메뉴는 식단에서 제외된다.  숙대 김준호 관재과씨 “학교에서 영양사에게 게시판 답글을 달 수 있는 권한을 준 이후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우리학교 지원배 학생식당 점장은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학생들의 불만에 답변해주고 싶지만 식당에 그런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김하영기자 / 최윤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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