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성학센터 중심으로 교과과정 개발…8개 아시아 국가들과 학술교류 활발

“페미니즘은 지역마다 개념과 의미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보다 유연하고 폭넓은 의미에서 여성운동을 이해해야 한다.” 세계여성학조직(WOWS)의 창립자 클레어 모제스 박사는 한국에서 열린 세계여성학대회에서 여성학 연구가 서구사회 중심으로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구여성중심 관점에서 연구돼 오던 여성학이 ‘아시아여성들’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 70년대 시작된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학자들이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 특수성에 기반을 둔 여성학을 발전시키며 활발해졌다. 우리 학교는 1995년 아시아여성학센터를 설립해 ‘아시아여성학’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이후 아시아여성학에 관한 연구는 우리 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여성학센터는 여성학이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설립됐다. 아시아여성학센터 허라금 소장은 “센터에서 아시아 여성들을 위한 기초 학문자료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아시아 여성들은 서로 더 쉽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여 년간 아시아여성학센터는 아시아교과과정개발·학술지 발간·학술대회 개최 등의 일을 해 왔다. 현재는 8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일본·중국·태국·필리핀)과 함께 아시아여성에 대한 정보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허라금 소장은 “8개 아시아 국가를 직접 방문해 여성학 연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며 “아시아 지역의 여성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좋은 사례였다”고 말했다.

아시아여성학센터가 ‘아시아교과과정개발’을 통해 아시아 여성학 교과서를 처음으로 발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책은 아시아 여성들의 경험을 토대로 각국의 역사·문화적 맥락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이 교과서는 앞으로 전 세계에 아시아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여성학 교재로 쓰여질 예정이다.

아시아여성학 사이버 강좌 커리큘럼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아시아 여성들이 경제적·물리적 거리의 제약 없이 여성학을 접하게 된다. 허라금 소장은 “여성교과과정을 통해 아시아여성학의 기반을 닦았다면 앞으로는 이것을 토대로 아시아여성학 교육을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학술적 교류 외에도 우리 학교는 국제적인 여성학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아시아 여성학 연구의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가장 큰 규모의 세계여성학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를 통해 우리 학교는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로부터 여성학연구지로서 인정을 받았다. 세계여성학대회 공동학술위원장 동국대 조은(여성학과)교수는 “대회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것으로 서구중심의 여성학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여성학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 온 우리 학교가 대회를 유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국제포럼·학술대회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Summer lecture Session’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 여성학자들이 우리 학교를 찾았다. 학자들은 여성학·여성운동에 대한 정보를 아시아여성학센터와 공유하고 현재 아시아 여성이 처한 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아시아여성학센터 임태연씨는 “최근 아시아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활발히 교류 중”이라며 “아시아 국가들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학 연구가 깊은 우리 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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