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은혜(철학·05)

나는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철학을 하게 되었느냐고. 대답은 두 가지로 한다. “좋아서요.”와 “살려고요.”가 그것이다. 둘 다 내게 같은 무게를 갖는다. 나는 사는 것이 좋고 살고 싶다, 잘 살고 싶다. 내게 있어 철학이란 주어진 것들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하여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가 하고 고민하는 삶의 양식(樣式)인 것이다.

그리고 고민은 내 삶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우리 삶의 문제로 나아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순서가 반대일 수도 혹은 그 두 가지가 미분된 채 모든 경계를 질문이자 답으로 안고 걸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화엄경에 인드라망 이라는 그물이 있다. 온 우주를 감싸는 그 그물엔 코마다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영롱한 구슬들이 달려 있다 한다. 한 코를 들면 모든 부분이 움직일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그 해답은 내가 원하는 삶의 에토스로 나타난다. 그것은 어떤 태도 혹은 자세로 생에 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결코 나만의 선택이 아닌 것이다. 내가 내 삶에 대해 갖는 태도가 모여서 우리가 우리 삶에 갖는 태도가 된다. 반대로 우리 삶들에 가해지는 사건이 내 삶의 방향을 뿌리부터 흔들기도 한다. 그러한 일로써 지금 무엇보다도 자유무역협정이 있다. 한국이라는 지리적 정체성을 갖는 자로서 아무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 그것은 한국이 절대적으로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오는 태도가 아니다. 내게는 경제학적 지식이 전무하며, 적극적으로 ‘그 모든 항목마다 손익을 따져볼 의사’가 전혀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쌀과 자동차와 영화와 쇠고기가 일렬로 줄 세워져서 누가 더 교환가치가 높은가 손익을 비교당하는 그 부분이다. 세상 모든 것을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당하는 그 부분이다. 그것은 결코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다. 누군가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삶은 도대체 얼마짜리”인가고.

14일 월요일에는 심상정씨를 초청하여 [한미 FTA 체결에 반대하는 이유]라는 이름의 강연회를 갖는다 한다.(6시 30분·포B161·문의 010-2263-1106)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FTA가 타결된 후의 한국은 연봉 7천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을 것이라 한다. 그러한 진단을 보고 누군가는 그렇다면 반드시 연봉 7천 이상을 벌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몰래 친애하는 친구(국문03 이기현)의 글 그대로, 연봉 7천이 안 되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인드라망의 그물코이며 이제 한 사람이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니체를 말해야겠다.

“큰 영혼들에겐 자유로운 삶이 아직 열려 있다. 진실로, 적게 소유한 자는 그만큼 덜 소유 당한다. 작은 가난이여 찬미 받을지어다!” (F. Nietzsche,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최승자 역,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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