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훈장 반환 이뤄져야
양심적인 훈장 반환 이뤄져야
  • 김혜인 기자
  • 승인 2007.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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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훈장이 취소된 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들의 20개 훈장은 정부의 두 차례 훈장 반환 공문에도 불구하고 여태 감감 무소식이다.

현 정부는 2006년 3월21일(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12·12 군사반란 사건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관련자 176명의 서훈과 훈장을 취소했다. 이는 5·18 사건이 폭동으로 매도됐던 현대사적 왜곡이 훈장에 상징적으로 담겨있다는 정부의 판단 아래 추진됐다.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다시 세우려는 정부 차원의 시도였던 것이다.

훈장 반환을 요청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훈장을 반납한 사람은 고작 3명 뿐이다. 그나마 반환한 세 명의 훈장 중에서도 두 대통령의 훈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두 전직 대통령의 훈장은 단 하나도 돌아오지 않은 셈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반납해야 할 훈장 수는 태극무공훈장, 을지무공훈장 등을 포함해 전두환 9개·노태우 11개다. 이들의 훈장은 12·12 군사반란 사건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 가담한 공로를 인정받은 증표로, 잘못된 과거를 미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됐다. ‘과거사 바로세우기’사업의 하나로 실시한 정부의 반환 요청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두 대통령의 태도는 느긋하기만 하다.

이들의 태도가 안일한 이유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2005년 개정된 현 상훈법은 국가 행정에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훈장 반납을 강제로 집행할 권리가 없다. 행정자치부는 집행할 법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행정자치부의 말처럼 서류상으로 훈장이 무효한다고 한들, 훈장 반납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훈장이 지니고 있는 전도된 역사까지 무효화 되기는 힘들 것이다.

덕분에 두 대통령은 법의 든든한 보호를 받으며 훈장을 사수하고 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상훈법 제도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공문 요청에 대해 눈 하나 깜작하지 않는 이들의 막무가내 버티기식의 태도다. 그들은 과거 자신들의 부정한 행위를 ‘훈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진실을 가려왔다. 훈장을 반납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 왜곡에 대해 일말의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일해공원’ 사건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경상남도 합천군에 위치한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을 자신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 변경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훈장 반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행동을 하고 말았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성찰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섣불리 일해공원을 거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훈장 반납을 통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했던 국민들의 바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또 1995년 전직 대통령 뇌물 비리 사건에도 연루돼 국민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것 역시 두 대통령이었다. 그들은 뇌물 수수 혐의로 무기징역이라는 중죄를 받는 상황에서조차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자명한 비리 사실 앞에서도 뇌물을 반환하지 않았던 두 사람. 과연 이들이 법적 강제력이 아닌 개인의 양심에 의해 훈장을 돌려주리라는 기대할 수 있을까. 

설사 상훈법이 새롭게 개정되어 훈장 반환이 강제적으로 이뤄진다 한들, 두 전직 대통령의 역사적 비양심까지 반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역사를 왜곡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왜곡된 역사가 올바른 역사가 되지는 못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만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제껏 두 전직 대통령은 여러 번의 역사적인 심판 앞에서 국민들에게 늘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였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들의 원성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훈장을 반환한다면, 이는 다시 한번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언제까지 법의 한쪽 그늘에 숨어들어 자신과 국민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라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