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교수(교육학과)

우리는 가끔씩 딱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정서를 경험하곤 한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흥분감에서부터 무엇인가에 거슬리거나 유쾌하지 않은 기분, 주어진 일에 대한 자신감에서부터 모든 것을 피하고만 싶은 부담감,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강한 동기를 느끼는가 하면 일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고 무기력감을 경험하는 등 여러 정서의 강도와 깊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 나의 정서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를 알기 어려운 이유는 경험하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른 차원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서는 일차적 과정(primary process)에서 경험되지만 이를 인지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이성적인 사고를 거쳐 표현되는 이차적 과정(secondary process)이다. 따라서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어려움이란 표현에 필요한 단어 선정과 의미의 적절성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자신이 어떠한 정서를 경험하는지를 반영해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인간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외부로부터 공감을 받고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need)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 또는 필요에 근거해서 인간의 음악적 행동이 결정된다. 즉,  그 시점에서 마음에 다가오는 음악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위로하고 달래는 행동이 바로 그것이다.  본능적 필요에 따라 선택된  음악을 들음으로써 자신의 정서에 스스로 중재(intervention)를 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음악 선곡 행위는 자신의 정서를 다루기 위해 선택되는데  음악을 통해 정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필요에 부응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해결’의 영어 단어 ‘solution’은 ‘녹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녹인다’를 치료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마음에 내재된 감정이 외부의 음악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그 감정의 강도가 용해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음악은 감상자의 감정을  외부로 유도해주는 기능을 하면서 그 감정의 강도를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택되는 음악은 자신의 감정을 소리의 형태로 반영시켜주고 공명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러한 음악의 치유적 기능을 EMI(Essential Music Intelligence)라고 한다.  EMI란 인간이 자신의 정서 안정과 심리적 평안을 도모하기 위해 음악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내재된 기제를 의미하며, 선택되는 음악은 내적 필요에 따른 치유적 기능을 하게 된다. 즉, 음악이 내가 현재 정서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개인이 선호하는 음악이 모두 다르고, 현재의 심리 상태와 상황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선호하는가? 만약 강하고 자극적인 음악을 자주 듣는다면 여러분 안에 표출되어야 되는 잠재된 감정과 에너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혹시 이완적인 음악을 주로 듣는가? 그렇다면 여러분 안의 에너지를 통합하고 안정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계속 우울한 음악만이 다가오는가? 이는 다른 문제로 인해 힘겨웠던 감정이 아직 더 탐색되고 해결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영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스펠이 필요한가? 자신에 대한 믿음과 가치 그리고 신뢰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치료적 음악을 이야기 할 때 어떠한 음악이 더 좋고 나쁜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왜 특정 음악이 좋은지, 그리고 나에게 어떠한 감정을 지지해주지를 이야기 한다.  

이처럼 여러분이 감상하고자 선택한 “지금의 이 음악”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치유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 선호도는 나와 음악과의 관계를 의미하며 이는 극히 개인적이고 소중한 관계이다. 음악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만나고, 이를 탐색하고 결핍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평안함을 추구할 수 있다. 음악의 치유적 기능을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생활에 적용해본다면 높은 정서적 충족감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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