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하영 기자
학교의 역사가 오래되서일까, 우리 학교에는 가르침을 받는 사제지간에서 동료 교수가 된 사람이 많다. 스승의 날을 맞아 과거에는 사제지간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조계숙 교수(국제사무학과)와 백지연 교수(국제사무학과)를 11일(금) 이화·신세계관(신세계관)에서 만났다.

▲백지연(백)〓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1991년이었나, 2학년 때 선생님의 ‘조직론’ 수업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학교에는 젊은 선생님이 드물어 학생들이 조계숙 선생님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닐 정도였어요. 정장을 차려입고 똑똑한 어조로 강의하시는 선생님은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죠. 당시 교수님의 목소리는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나요. 정열적이면서도 절제미까지 느껴지는 선생님의 음성에 매혹됐어요.

▲조계숙(조)〓백 선생님은 나무랄 데 없이 열성적이고 똑똑한 학생이었어요. 졸업 후 백 선생님이 이화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었어요. 내 바람과 달리 백 선생님은 선교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나서서 말릴 수는 없었지만 몹시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백 선생님 심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이화에서 다시 만나게 됐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백〓정말로 선생님께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모두 기억하고 계세요. 누구 남자친구가 군대에 갔고, 누구는 헤어졌다더라, 이런 학생의 사소한 면까지 기억할 정도로 세심한 교수님을 본받고 싶었죠. 그래서 개강 초 주말에는 출석부를 펼쳐놓고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곤 하죠.

▲조〓‘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처럼 두근거리는 순간이 또 있을까요? 그야말로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해요. 고되거나 마음이 아플 때는 가끔씩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 말을 떠올리면 힘이 나요. 내가 학생들에게 ‘역할모델’이 됐다는 게 참 뿌듯하니까.

▲백〓선생님께서 제게 하셨던 말과 행동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해요. 빡빡한 수업 방식까지 닮아가는 걸요.

▲조〓백 선생이 그렇듯, 나도 닮고픈 ‘선생님’이 계세요. 바로 유연숙 은사님이세요. 갓 운전면허를 따고 은사님을 모시고 모임장소까지 운전을 한 적이 있었죠. 아슬아슬한 길을 가는데 어찌나 겁이 나는지 벌벌 떨었어요. 그런데 은사님께서는 “재미있다, 돌아갈 때도 이 길로 가자”고 하시더군요. 그만큼 은사님은 나보다 진취적이셨어요.

▲백〓선생님도 못지않게 진취적인 성격이세요. 어디선가 ‘스승의 성품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 성함과 담당 과목을 묻자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은 절반도 채 안 되더군요. 하지만 선생님을 성격으로 기억하는 학생은 자그마치 90%나 됐어요.

▲조〓그럼요, 스승의 성격이 제자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네요. 내가 은사님의 진취적인 면 닮기위해 노력했듯이.

▲백〓선생님께서는 진취적이기도 하시지만 굉장히 개방적인 면도 강하시죠. 사실 제가 처음 이화에 부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부담스럽지 않겠냐”며 걱정했었죠. 하지만 부담스럽기는커녕 오히려 만족스러워요. 교수님께서는 저를 동료로서 존중해주시기 때문일까요?
 
▲조〓백 선생이 워낙 교수 생활을 훌륭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뿐이에요. 우리 사이에 쌓이는 신뢰와 정도 시간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것 같고.

▲백〓정말 선생님과는 격의 없이 지내고 있어요. 상하 관계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마치 한 가족 같다고나 할까요.
 
▲조〓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속에는 학생도 빼놓을 수 없어요. 가끔 졸업을 앞둔 깜찍한 제자들이 나이 지긋한 나한테‘언니!’라고 외치고 도망가는 일도 있어요, 진짜에요.(웃음)
 
두 교수의 대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세월 사제지간으로 두 사람이 쌓아온 정은 수년의 세월이 흘러 동료 교수의 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도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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