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하영기자
매일 오후7시30분이 되면 학생문화관(학문관) 학생지원실에 불이 켜진다. 이때부터 이곳은 ‘이화캠퍼스자율지킴이(지킴이)’의 본부가 된다. 이화인들의 안전의식을 개선하고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챙기자는 취지에서 지난 2월 모집된 지킴이. 이들의 임무는 밤마다 교내를 순찰하며 위급상황 시 학교에 신속히 연락해 학생들의 피해를 막는 것이다. 현재 총무과·경비실을 통해 교육받은 21명의 학생이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에게는 시간당 5천원의 인턴 장학금이 지급된다.

3일(목) 오후7시20분, 지킴이 최은지(간호·06)씨가 순찰 할 채비를 차리고 있었다. 최씨는 하늘색 조끼를 챙겨입고 호각·경광등·랜턴·최루가스가 빠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10분쯤 지나자 다른 지킴이인 김분령(생활환경·06)씨가 도착했다. “지킴이 활동은 혼자서는 못해요. 최소 두 명 이상이 모여야 순찰을 할 수 있거든요.” 두 지킴이를 따라 순찰에 동행했다.

지킴이들은 매일 오후7시30분∼10시30분 2∼3명이 한팀이 돼 4코스로 나뉜 학교를 순찰한다. 김씨와 최씨가 선택한 코스는 2코스(가정대학­대학원관­약학관­학관­인문교수연구관­교육관)다. 지킴이는 각 건물을 지나며 길 이곳저곳을 살피고, 건물에 도착해서는 경비실에 가서 확인일지를 작성한다.

지킴이에 지원한 동기는 가지각색이다. “아르바이트도 되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운동도 할 수 있어 지원했죠.”김씨가 말했다. “학교의 여러곳을 둘러볼 수 있는 점도 매력이에요.”최씨가 덧붙였다. “지킴이 중에는 직접 변태를 보고 학교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한 언니도 있어요.”

오후7시45분. 반짝반짝 불을 밝히는 경광등을 들고 두 학생은 대학원 건물에 도착했다. 대학원에서 사범대로 가는 오솔길은 김씨가 특히 신경 써서 순찰을 하는 곳이다. 길이 어둡고 계단이 돌로 돼 있어 처음 지나가는 사람은 발을 헛디딜 수도 있기 때문이다.“순찰을 하면서 외부인에게 길을 알려주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화인을 돕기도 해요.” 건물 내부는 경비원들이 순찰을 돌기 때문에 지킴이들은 주로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두운 곳 위주로 순찰을 한다.

밤늦게 학교를 순찰을 하는 지킴이들을 걱정하는 학생들도 있다. 지킴이 활동을 본 양정은(수교·06)씨는 “학교를 지킨다는 취지는 좋지만 여자들로만 구성돼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지킴이들도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 “팀을 이뤄 활동을 하고 최루가스·호각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다”고 최씨가 말했다.

순찰 도중 남학생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김씨가 먼저 랜턴을 비춘다. “남학생을 보면 혹시나 해서 랜턴을 비춰보는데 대부분은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에요.”이런 상황에는 오히려 자신이 민망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6개의 건물을 지나니 벌써 40분이 지났다. 이런 코스를 하루에 3번씩이나 돌아야 하니 힘들지는 않을까. “이제는 익숙해져서 힘들지도 않고 재미있어요.”김씨와 최씨가 입을 모아 말한다. 씩씩한 걸음과 밝은 웃음으로 이화의 밤을 누비는 지킴이들. 그들이 있어 늦은 시각의 캠퍼스 활보도 더이상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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