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책물림-소설가 우애령(독문·68년졸)선배

보이지 않는 세상의 중요성에 대해 깊고 아름다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떽쥐베리가 쓴 「어린왕자」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의 이야기며 별을 파괴시키는 바오밥 나무, 다른 별나라의 사람들, 왕자가 기른 장미꽃, 슬픔과 죽음의 상징들은 너무나 투명하고 환상적이어서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 모든 상징들은 우리들을 한 정점으로 인도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이루는 정신적 삶의 깨우침으로 인도하고 있다. 별을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영혼의 신선함을 찾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이 책은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것처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샘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믿게 된다. 인생이 사막이라고 여겨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도 별을 바라보며 사막의 길을 걷고 싶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힘을 어린왕자의 장미꽃에 비유하는 이야기는 정결하고 상징적이다. 어린왕자가 보여주는 자신의 장미꽃에 대한 정성과 깊은 배려는 우리에게 다른 존재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해 주는 강력한 메타포로 다가온다. 다른 별에는 없고 오직 나의 별에만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꽃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여행하는 어린왕자는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헌신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것은 보이는 세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혼에까지 침투해 들어가는 것임을 작가는 거의 침묵하는 태도에 가깝게 띄엄띄엄 들려준다.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인간의 고독을 극복하게 해주고 일견 무의미해 보일 수 있는 삶과 세상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품은 채 이화의 젊은이들이 봄꽃 나무 아래 앉아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책이 주는 행복한 깨달음의 세상을 새삼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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