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하영 기자
이화에 ‘식물 사랑’의 뿌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Planter(플랜터)­씨 뿌리는 사람’는 지난 3월 초 창단 돼 8명의 인원이 활동 중인 생명과학과 동아리다. 노란 개나리가 핀 종합과학관 앞 벤치에서‘플랜터’의 회장 서예슬(생명·4)씨를 만났다.

“플랜터요?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어요.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만들기 위한 양치기의 노력이 감동을 주는 소설이죠.” 그는 환경오염 문제로 각박해져 가는 지구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동아리를 만들었다.

플랜터는 스터디 모임을 통해 체계적으로 식물 공부를 한다. 매주 월요일 오후6시는 그들만의 ‘식물 탐험 시간’. 스터디는 식물의 각 구조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터넷 자료나 도감을 활용한 각 식물의 특성 정리로 이어진다. 서씨는 “앞으로는 생물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정하는 ‘동정’도 활발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론과 실전을 겸하기 위해 지난달 24일(토)에는 남산을 찾기도 했다. 남산에 핀 식물의 종류나 분포로 서울의 생태계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서씨는 “꽃샘추위때문에 대부분의 식물들이 순도 돋지 않은 상태였지만 식물을 직접 접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 됐다”며 뿌듯해했다.

그의 식물사랑은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7살때 아버지 일 때문에 강원도 울진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어요. 시골 동네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과 친해졌고 식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죠. 학교가는 길에 도깨비풀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요.”

서씨는 식물의 매력으로 특유의 ‘감성’을 꼽았다. “꽃이 자라는 과정에서 오페라나 클래식 등의 음악을 틀어주면 훨씬 더 잘 자라난대요. 인간의 감성과도 잘 통하는 면이 있죠.” 그에게 좋아하는 꽃에 대해 묻자 “히아신스는 생명력이 강한 꽃으로 유명하죠. 프리지아는 은은한 향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꽃이어서 참 좋아해요”라며 꽃을 향한 애정을 나타냈다. “복수초는 복을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기자에게 직접 도감을 펼쳐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서 식물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이화(梨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배꽃은 벚꽃과 비슷하지만 좀 더 하얘요. 꽃이 지는 모습이 마치 눈 내리는 모습 같기도 하구요.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하고 깔끔한 매력이 이화인들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서씨는 식물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전 인류의 궁극적인 힘의 원천은 ‘환경’이라며 과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화인들이 식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점차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노력을 해나간다면 그야 말로 ‘웰빙시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 꿈이요? 나중에 제 자식들이 길가의 이름 모를 들꽃이나 풀들의 이름을 물었을 때 ‘잡초’로 답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줄 정도만 되면 좋죠 뭐.” 그의 말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식물 사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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