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라는 낙인」저자 조주은씨 인터뷰

사진 : 김하영 기자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핵심을 찌르는 제목만큼이나 페미니스트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솔직하게 폭로한 책이 발간됐다.

한국연구소 가족실장으로 활동하며 본교 여성학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자 조주은(여성학 박사과정)씨를 5일(목) 아름뜰에서 만났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주의자로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와 차별을 다양한 매체에 기고해왔다. 3년 동안 쓴 글들을 모아보니 책 한 권 분량이 나오더라. 여성주의자로서 남성들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싶었고,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책을 내게 됐다. 내 책을 통해 남성들이 여성을 이해하고, 그동안 갖고 있었던 성권력에 대해 반성·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페미니스트가 왜 낙인인가

책이 출판될 당시 제목이 페미니스트의 피해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데 있어 남성 중심의 주류 사회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피해의식 때문에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을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낙인이 뜻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싶었다.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에게 낙인을 찍는 남성·페미니스트를  마녀 사냥하는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고자 책 이름을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이라고 지었다.

책의 중심 내용이 무엇인가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한 때 진보적 청년운동을 경험했던 386세대 여성이 여성주의자 시각으로 바라본 일상의 문제들을 담고 있다. 글 하나하나에는 내 개인적 경험과 스스로의 성찰·반성이 포함돼 있다.

본문 중 ‘학사경고와 장학금’·‘성폭력 가해자와 나쁜 남자’는 여성주의자로서의 정체성이 없던 시절 실제로 내가 경험한 것들이다. 당시 입었던 상처에 대해 따지지 못하고 15년이 지나서야 책을 통해 문제를제기 하게 된 것이다.

이 글을 보고 평범한 여성들이 ‘여성학자도 여성으로서 입은 피해에 대해 당당히 문제제기하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게 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성주의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은 젊은 여성들이 내 경험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는 이런 과오와 상처를 경험하지 말라는 뜻에서다.

내용 중 가장 애정이 가는 부분이 있는가

현재 박사과정에서 전공하고 있는 분야는 ‘가족’이다. 나는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가족’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부모와의 갈등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증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와 이재경 교수님의 ‘가족’수업을 듣고‘가족’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공부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본문 2장인 ‘가족의 신화를 넘어서’에는 내가 대학원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과 가족에 대해 느꼈던 경험이 녹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부분이 가장 애정이 간다.

페미니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구현 과정은 고되고 힘들지만 결국에는 여성·남성 모두를 아픔에서 해방시키는 ‘대안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남성을 배제하고 살 수 없는 만큼 남성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것도 페미니즘의 역할이다. 여성과 남성이 진정한 평등을 이루는 것이 곧 페미니즘의 의의이다. 페미니즘을 통해 남녀 간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될 때 비로소 사회 갈등은 해소될 수 있다.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안티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 사회는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극심한 경쟁·불안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자 남자들의 상대적인 불안감이 페미니즘의 적극적 운동방식을 부정적으로 여기게 됐다. 그리고는 급기야 안티페미니즘으로 발전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하다. ‘여성’이라는 주제 하나만으로 페미니즘을 정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회복지·환경문제 등 페미니즘은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해 관심을 두고, 이들의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페미니즘의 다양한 부분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여대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난 학기 여성학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줬다. 상담 내용은 연애문제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못 하는 데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서 서글픔을 느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20년 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도 자기 요구를 당당히 드러낼 줄 아는 사회로 변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문제는 그대로인 것 같다. 페미니스트의 여부를 떠나  ‘끌려다니는 연애’는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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