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여성부) 폐지 운동에 이어 총여학생회(총여)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총여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극단적 페미니즘’을 언급했다. 학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페미니즘에는 찬성하되 극단적 페미니즘은 지양해야한다는 학생이 79%를 차지했다. 여성문제와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극단적 페미니즘’이라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극단적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장기자랑 시간에 남학생들이 여자로 분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극단적 페미니즘인가. 대학 내 여학생들을 위한 휴게실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극단적 페미니즘인가. 그것도 아니면 여성부에서 성매매 예방 다짐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극단적 페미니즘인가.

페미니즘은 흔히들 오해하고 있는 여성우월주의와는 다르다. 페미니즘은 한마디로 ‘반 성차별주의’다. 이 때 ‘성’은 sex가 아닌 gender를 뜻하며, 페미니즘의 화두인 gender문제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통용된다. 즉 페미니즘은 ‘남자는 어떠해야 한다’든지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깨고자 하는 사회운동이다.

페미니즘의 기본 정의를 따른다면 ‘극단적 페미니즘’이란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극단적 여성우월주의’는 있어도 ‘극단적 반 성차별주의’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 우월주의에서의 적은 남성일지 몰라도 반 성차별주의에서의 적은 사회모순이고 고정관념이며, 우리를 gender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억압하는 일체의 모든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는 여성과 관련된 문제를 무턱대고 여성부의 존폐와 연결짓거나 폐미니즘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가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페미니즘은 특정 사례 하나로 전체가 비판받을 수 있을 만큼 협소한 분야도 아닐 뿐더러, 여성부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집단이라고도 볼 수 없다. 일반 공무원들로 구성되는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의 여성부는 다른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지 않은 여성과 성소수자· 청소년· 가족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단지 여성과 관련된 문제가 몇 번 이슈화 됐다고 해서 존폐를 논한다는 것은 여성부에 대한 철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비판의 전제조건은 앎이다. 낫놓고 기역자는 알아야 그것이 기역인지 아닌지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틈만 나면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거나 페미니즘을 비난하려 할 게 아니라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부터 공부하길 바란다. 모르는 상태에서 자행되는 비판은 ‘비난’에 다름 아니며, 근거 없는 비난은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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