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주 교수(약학 전공)

과학(science)이라는 어원은 라틴어의 ‘지식/안다’라는 어원에서 시작하였다. 과학은 현상을 관찰하고, 이에 근거하여 가능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고 실험한 결과에 의거하여 가설을 증명하여 현상을 객관적 사실로 설명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워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사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현상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사회의 변화와 역사를 살펴보면, 변화의 대부분이 과학·기술 변화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기의 수준에 따라 고대 국가의 영토 뿐 아니라, 식민지들의 영토가 바뀌었고, 교통·통신의 발달에 따라 지구상에서의 교류가 증가하여, 현재는 지구의 반대편에서도 실시간으로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 하는 화상대화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인체와 질병에 대한 연구가 계속돼 질병은 많이 치유되었고, 앞으로도 큰 발전이 있어 인류의 수명은 거의 100세가 되도록 연장 될 것이다.

로마시대에는 황실과 개선장군만이 ‘로열퍼플’로 염색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산 달팽이 1만여 마리에서 약 1g의 염료를 얻어 옷감을 염색할 수 있으므로, 평민은 입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누구나 입고 싶은 색의 옷을 입을 수 있다. 염료화학의 발전이 인간 평등에도 크게 기여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화가 집값 다음으로 비싸서 약속을 할 때는 미리 미리 엽서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던 시절이 불과 약 30년 전이다. 통신장비의 발달로, 현재는 1인당 1대 이상의 전화를 가지고 있고, 길거리에서도 친구에게 사진을 전송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 과학의 발전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정립되었다. 뉴턴의 고전역학의 개념을 넘어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많은 물리적 개념, 화학의 주기율표와 공유결합의 개념이 확보됐다. 이에 근거하여 다양한 기술들이 20세기에 급격하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 과학의 발전 시기가 우리 역사에서는 구한말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암흑기였기 때문에 과학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과학은 우리와 동떨어진 먼 곳에서 온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지난 50년 동안 우리 과학은 서구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기술을 모방하고 배워서 발전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1세기가 지난 20세기말과 21세기 초반에는 컴퓨터와 통신,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또 하나의 역사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1세기전의 변화에 비하면 여러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빠른 과학·기술의 변화는 사회, 정치, 법, 경제 및 예술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유도하고 있어 앞으로 20년 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모델로 발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 나갈 인력들의 교육 현황을 보면, 고등학교 교육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분리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리 교육이 얼마나 큰 사회적인 손실을 유도할 것인가를 우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느 분야이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집단에게 이 두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한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교육과정에서는 이미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을 많이 배우고 있으나, 이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었는가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죽은 지식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학습을 통한 지식의 습득은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기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 생산을 위하여 과학의 방법론을 생각하여야 한다. 객관적 사실화를 위하여 정확하게 현상을 보는 관찰력이 필요하고, 이를 보고 일반적인 가설을 세우기 위한 창의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또 이를 실험을 통하여 증명하기 위한 실험성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서구의 지식을 습득하던 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의 생산을 통하여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하여, 관찰력, 창의성과 합리성, 실험성을 포함하는 과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사회로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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