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시간, 귀에 이어폰을 꽂은 학생들이 하나 둘 씩 정문을 들어선다. 황금같은 아침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 이들은 소위 ‘아침반’. 28일(수)∼29일(목)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아침을 기자가 함께 했다.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아침잠 쯤이야…
28일(수) 오전 7시45분, 사회영역 교양 ‘시민생활과법(04반)’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에는 이미 수업 준비를 마친 50여명의 학생들이 앉아있다. 라중안(인문·1)씨는 “8시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적어도 5시에는 일어나야 하지만 수업내용이 만족스러워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수업을 맡고 있는 홍지욱 변호사가 교실에 들어서자 미처 강의실에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법학관 계단을 올라오는 지각생들이 눈에 띤다. 김지혜(특교·3)씨는 “화요일 밤에는 무조건 일찍 자야하는데…”라며 전날 밤 늦게 잠이 들어 결국 늦고 말았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렇게 모인 수강생은 총 223명. 1교시 수업임에도 수강 인원을 늘려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 정원을 23명이나 늘렸을 정도로 인기강좌다. 홍지욱 변호사는 “학생들이 1교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얼마나 일찍 일어나서 나올까를 생각하면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상쾌하죠”
오전8시10분,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노숙영(법학·4)씨를 중앙도서관(중도)에서 만났다. 그는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수업은 보통 오후에 시작하지만 그의 등교 시간은 오전7~8시다. “아침엔 머리가 맑아 공부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서 힘들진 않아요.” 그에게 있어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을 때는 새벽 공기를 마시며 등교할 때다.

고학년이 되면서 해야할 일이 많아져 자연히 일찍 일어나게 됐다는 윤성희(경제·4)씨. 일찍 일어나면 기분도 상쾌하고 등굣길에 지하철도 덜 복잡해 일석이조라는 것이 그가 아침 일찍 학교를 오는 이유다. 그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에 “보통 오전6시에 일어나긴 하지만 아침형 인간이라면 더 일찍 일어나야 되는 것 아닌가요?”라며 쑥스러워 한다.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난다는 박지혜(경영·4)씨는 시간표도 2교시 수업 위주로 짰다. 보통 자정이 넘어서 잠이 드는 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남짓. 부지런하다는 기자의 말에 “제가요? 에이… 다들 그렇지 않나요?”라며 손을 휘휘 내젓는다. “지하철을 타도 그렇고, 학교에 와도 그렇고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들을 보면서 박씨 역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매일 새롭게 다짐한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환골탈태형
새 학기를 맞아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화인들도 있다. 오전8시, 이른 시간임에도 중도 1층 로비는 책을 잔뜩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학생들로 부산스럽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이정아(행정·3)씨는 동영상 강의를 듣기 위해 중도 1층 PC실을 찾았다. “개강하고부터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아침을 활용한다는 게 이렇게 큰 의미가 있을 줄 몰랐어요.” 아침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하루가 더 길어진 것 같다는 그는 지금 생활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에 지각을 많이 해 이번 학기부터는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선주(소인·4)씨. 그는 “일찍 오니까 등교 준비로 허둥대지 않아도 되고, 여유가 생겨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8시30분 이화사랑에서 여유롭게 신문을 보던 이경임(초교·2)씨 역시 이번 학기부터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일찍 나 홀로 정문에 들어설 때면 왠지 기분이 좋아요. 그때만큼은 학교가 내 것이 된 것 같다고 할까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의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의 1시간은 낮의 3시간과 맞먹는다”고 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이들의 아침은 낮만큼이나 활기찼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화의 ‘아침반’, 그들의 아침은 언제나 ‘굿모닝(Good Morn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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