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 사회적 접근 시도…철학은 영화 보며 쉽게 공부

대학 강의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학문 간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어렵게 느껴졌던 과목들은 인터넷·영화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대학가에서는 ‘인문사회학을 위한 수학’·‘영미문화와 영화’·‘법경제학’등 두 가지 학문을 결합한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 통합은 본교에서도 나타난다. ‘법여성학’·‘환경경제학’등의 수업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언론환경학’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결합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환경문제는 자연과학의 고유분야로 알려져 왔다. 이 수업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환경문제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강의를 진행하는 조홍섭 교수(컴퓨터공학 전공)는 “공대 수업이지만 환경문제가 언론에 의해 의제화 되는 과정, 환경을 둘러싼 사회 갈등 구조 등을 사회학적 시각으로 풀어낸다”며 “야생화 답사와 글쓰기 실습 등의 수업을 함께 진행한다”고 말했다.

시청각 자료·인터넷을 활용해 학생들이 평소 어렵게 생각하는 학문을 좀 더 쉽게 풀어내기도 한다.
‘디지털 인문학’은 인문학적 이론·지식을 칠판과 책을 통해서만 설명하지 않는다. 인터넷 웹을 활용해 학생 스스로 다양한 문화연구를 하고, 이런 문화현상들을 인문학적 이론으로 풀어본다. 3월22일(목)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100년간 취재해 온 한국·일본에 대한 사진·기사를 분석해 양국의 역사적 변천과 발전과정의 차이를 알아봤다.

이상화 교수(철학 전공)는 “강의주제·수업방식의 변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그동안 학문 간의 분화가 너무 심화돼 파편화 됐는데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에서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를 가르치는 남영 교수(과학기술사 전공)는 “이젠 학문 간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자각해야 할 때”라며 “이런 강의를 통해 문·이과로 나눠 교육해 온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심리학’을 강의 중인 정희성 교수(기독교학 전공)도 “어떤 학문이 다른 학문과 통합됨으로써 끊임없이 도전받고 경쟁할 때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형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화로 읽는 한국인의 역사의식’을 수강한 유영아(국문·4)씨는 “딱딱한 역사를 문화와 연관시켜 공부하니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영화와 철학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영화와 철학’을 수강하는 박치연(국문·3)씨는 “철학 공부의 방법으로 영화를 보게 되니 수업이 더 생생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려운 학문에 대한 쉬운 접근 방식이 강의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해당 수업을 강의하는 교수들은 이를 지나친 걱정이라고 일축한다. ‘디지털인문학:웹을 이용한 문화연구’를 강의하는 송영빈 교수(일본어학 전공)는 “영화나 소설을 수업에서 활용하지만 쉽고, 많이 알려진 내용들은 다루지 않는다”며 “이는 수업이 자칫 흥미 위주로만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 뿐만 아니라 논문·책 등의 수업자료도 다양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더욱 깊이 있는 공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양대에서 ‘소설과 영화’를 강의하는 김중철 교수도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되 얻어가는 것은 많은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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