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모임에서 유능한 선배 한 분을 만났다. 언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 ㅈ일보 기자 생활을 하다가 3년 만에 모 호텔의 홍보부서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는 선배였다. ‘최고의 신문사 기자에, 호텔 홍보 실장이라니!’ 누가 의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후배들은 그 선배 앞에 모여앉아 취업 고민을 털어 놓고 있었다. “기자 생활이 많이 힘든가요?” “호텔 생활은 어때요?” “왜 직장을 옮기셨어요?” 한참 질문이 쏟아진 뒤에야 그 선배는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기 시작했다. “기자 생활은 딱 3년이 좋아. 3년 동안 기자를 한 뒤에 다른 직장을 구하면 높은 연봉을 받고 옮겨 갈 수 있는 곳이 많거든.”

사람들은 평생직장이 없어졌다고들 얘기한다. 세상이 변하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야만 앞으로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요즘 세대들의 지론이다. 대학생 역시 다르지 않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4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경험을 해보았다는 것은 사회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이것은 곧 졸업 후 화려한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일까? 주위를 보면 1학년 때부터 다양한 클럽활동과 인턴활동을 해 온 친구들이 여럿 있다. 봉사 동아리도 해봤고, 토론 동아리도 해봤고, 저 방송국에서 아나운서 활동도 해봤다. 얘기를 듣자면 입이 떡 벌어진다. 친구들의 화려한 이력 앞에 ‘나는 대학 다니면서 뭘 하고 산거야!’하는 자책감도 든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한 곳에 오래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한 동아리에 3개월? 6개월?

흔히 친구들은 ‘어떤’ 곳에 머물렀는지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 그 곳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 나갔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 곳에서 3개월을 했든지 3년을 했던지 한 번 했으면 한 것이다.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가는 클럽활동에 6개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한 일이 자신의 특별한 자산이나 되는 마냥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닌다. ‘대학생활을 충실히, 화려하게 했답니다’라고.

이렇게 대학 4년을 보낸 학생들이 과연 사회에 나가 경쟁력을 운운할 수 있을까? 아무리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이 대세라고 하지만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이런 방식,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충분히 그 직장에서 일하고 배우면서 어느 정도 지위까지 오른 뒤에, 새로운 직장을 찾고 그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에서 말하는 ‘경쟁력’이다. 이것저것 한다고 돌아다니면서 정작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화려한 겉모습에만 눈이 멀어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국 사회에 나가 평가받는 것은 화려한 이력서가 아닌 자신이 쌓아온 내실, 실력이다. 재료 몇 개로 엉터리 음식을 만들어내는 식당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진한 맛을 고수하는 옛 집을 찾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론정보 3학년 최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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