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여 명의 학생이 가득 찬 이화­포스코관 B151호에서 웃음소리와 음악이 흘러나온다. “톤차임(Tone Chime) 연주해볼 사람? 앞으로 나와봐요.” 정현주 교수(음악치료교육 전공)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 앞으로 달려나온 학생 9명이 핸드벨의 일종인 톤차임을 흔들며 ‘에델바이스’를 연주한다. 수강생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 ‘음악치료학 개론’수업의 한 장면이다.


◆음악치료학이란?
 ‘음악치료학’이란 ‘음악’을 매개체로 클라이언트(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의 마음과 신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누구나 선천적으로 음악성을 타고난다는 이론적 바탕 위에 세워진 이 학문은 1946년 캔사스 대학(University of Kansas)의 음악치료 전공 과정 개설과 함께 학문화됐다.

음악치료는 크게 음악감상·악기연주·노래치료·즉흥연주 등으로 이뤄진다. 음악감상 치료에서는 ‘동질성의 원리’가 중요하다. 이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음악을 선호하는지와 관련 있다. 감상자는 자신의 내면 상태와 가장 ‘동질적’인 곡을 선곡하기 때문이다. 악기연주 치료는 클라이언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새로운 음악을 창작하거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즉흥연주 치료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노래나 악기를 연주해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자기표현이나 대인관계를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음악치료는 음악이 치료 도구로, 특정 대상 또는 범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이라는 매개체가 인간 발달영역 대부분의 부분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어는 의사소통·운동은 신체활동·사회성은 정서·지각은 인지 기능에 적용 할 수 있다.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현주 교수는 “음악치료는 노래(언어), 동작과 연주(운동), 표현(정서), 합주(사회), 지각인지(청각능력 및 음악의 이해) 등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교의 음악치료학
우리나라에는 1997년 3월 최초로 숙명여대에 음악치료학 석사학위 과정이 생겼고 같은 해 8월 본교 교육대학원에 음악치료학 전공이 신설됐고 올해 10주년을 맞이한다. 이외에 명지대·원광대·성신여대 등에 음악치료 석사과정이 개설됐다. 본교 교육대학원 음악치료학 전공은 100명 이상의 음악치료사를 배출했으며 현재 총 5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본교 학부생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도 음악치료학을 맛볼 수 있다. 바로 ‘음악치료학 개론’ 강의를 통해서다. 2000학년도부터 시작된 이 강의는 봄학기 한국어 강의·가을학기 영어강의로 개설된다. 정현주 교수는 “‘음악치료학 개론’은 학부생들에게 ‘음악치료’라는 전문분야를 소개하고, 자신의 정서적 필요(need)에 따라 음악을 치료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전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말했다. 정교수는 “무엇보다 음악이 가진 치유 기능을 알게 하고 이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강의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돼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실제로 강의에서 리듬이나 박자를 배울 때는 ‘아기의 심장 소리’나 ‘세계 각국의 자장가’등이 자료로 제시된다. 이 외에 임상에서 활동하는 음악치료사의 특강도 이뤄지고 음악치료와 관련된 영상도 볼 수 있다. ‘음악과 감정’을 배우는 시간에는 크라잉 넛의 ‘덤벼라’·전인권의 ‘사랑한 후에’ 등 가요와 연주곡 감상으로 음악의 희로애락을 느껴보기도 한다.

이 강의를 수강 중인 김미경(경영·1)씨는 “음악이 전공이 아니지만 즐겁게 수업을 듣고 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듯이 마음에 병이 들었을 때 음악치료학이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석현아(간호·3)씨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 지는 강의”라고 평했다.

이 강의를 수강한 후에 음악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한 학생도 있다.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본교 교육대학원에 재학 중인 최주은(음악치료교육 전공)씨는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음악치료학 개론’을 들었다. “진로 고민으로 한참이던 때 음악치료 강의를 듣고 ‘이거다!’싶었죠. ‘언어를 뛰어넘는 음악의 힘’을 느끼고 졸업하자마자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현재 음악치료학 개론을 수강 중인 박정혜(한국음악·3)씨는 “평소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이 강의를 통해 음악치료사의 꿈이 더 확실해졌어요”라고 말했다. 

정현주 교수는 2004년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치료교육프로그램’이 시범사업으로 시작 이후, 많은 학교에서 정서·행동 문제를 가진 아동을 위해 음악치료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적으로 학교 및 복지기관에 음악치료사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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