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연구원 여성학 특강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공간구조를 통해 유교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여성을 통제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특강이 열렸다.

한국여성연구원은 3월27일(화) 오후3시30분 한국여성연구원 세미나실에서 ‘조선시대 양반 가옥과 여성의 시/공간 통제’를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김영선(인하대 사회교육과 강사)씨는 경국대전·여성교훈서·조선시대 양반 가옥 구조 등을 분석해 유교 이데올로기가 어떤 방식으로 남성의 지배를 강화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영남 양동에 위치한 여강 이씨 종손자택 ‘향단’을 중심으로 남녀의 공간분리에 대해 설명했다. 가부장의 권위를 뒷받침해줬던 서고와 책방의 역할을 했던 중사랑 옆방은 여성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제사의식을 치르는 사당 역시 남성의 공간으로 여성의 출입은 통제됐다. 정보의 유입·출이 가장 활발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파악하기 쉬운 공간인 사랑채의 큰 사랑은 부계 계승을 이어가는 장으로 남성만이 독점했다.

반면 여성의 공간은 부엌·안채 가사노동 중심으로 구성됐다. 김씨는 “젠더화된 가옥 구조가 가부장을 통제의 주체로, 여성을 객체로 고정시켰다”며 “남녀 간의 공간분리는 가부장제를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여성의 생활시간 통제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그는 가부장제가 규정한 성차별적 노동이 여성의 시간을 특정한 방식으로 통제했다고 발표했다. 여성이 담당했던 가사노동은 일과 휴식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여성에게는 노동과 정확히 분리된 휴식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식사 준비·아이 양육 등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은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 노동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노동 이외의 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김씨는 “여성의 시간은 타율적인 상태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 경국대전·여성교훈서의 독해를 통해 가부장제가 어떤 방식으로 유교 가치를 여성들에게 내면화했는지도 언급됐다. 김영선씨는 “경국대전은 절개를 잃은 여성에게 그 후손까지 처벌하는 연좌법을 적용하고, 아내가 절개를 지킬 경우 부역을 면제해주는 등 여성의 자발적 희생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교훈서 역시 여성들로 하여금 유교 가치를 받아들이고 가사노동을 성심껏 수행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신윤혜(국제·4)씨는 “조선시대 가옥 구조가 남녀유별 외에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였음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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