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는 사회·법·철학 등 다양한 시각으로 봐야… 기술활용 및 교육 정착 필요

학문 간 지식의 벽을 허물자는 ‘통섭’의 바람이 잠잠한 학계를 깨우고 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적 연구를 위해 작년 9월 본교에 세워진 ‘통섭원’이  그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초대 통섭원장 최재천 교수(생명공학 전공)와 함께 여러 분야의 학문적 지식을 흡수해 환경학을 연구하는 강호정 교수(환경공학 전공)가 있다. 22일(목) 강 교수를 만나 ‘학문적 통섭’을 위한 노력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학문적 통섭’의 모습은 어떤 것이 본류이고 어떤 것이 지류인지 구분하기 보다 습지에 갇혀 있다가도 지하수로 스며들기도 하는 범람원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요?” 학문에는 우선순위와 경계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2004년 겨울, 경제학·과학정책을 전공한 고등학교 동창 2명과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이야기는 강 교수가 ‘학문적 통섭’으로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됐다. “환경학의 문제가 경제학에도 존재하고 있어 놀랐죠.” 그들이 나눈 대화의 공통분모는 바로 ‘규모’와 ‘창발성’의 문제. 특정 규모에서 설명 가능했던 부분을 더 큰 규모 또는 더 작은 규모로 옮겨놓으면 설명할 수 없다는 것·개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현상이 상호작용을 통해 집단에서는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고민거리였다. 실험실에서와 야외 생태계에서의 다른 관찰 결과·경제학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경제활동이 사회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가  위의 사례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던 그는 1년 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통섭원 개원기념으로 본교에서 열린 심포지엄 발표문들을 묶어 놓은 「지식의 통섭」출간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생물학의 주요 연구 방법인 환원주의적 접근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 지나친 환원주의적 입장에 근거하고 있다고 여긴 그는 ‘통섭’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그의 의견은 모든 학문이 생물학적으로 환원 가능하다는 윌슨의 주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환경분야에서 복합적이고 다양한 학문의 통섭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의 환경문제는 환경 공학적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요. 사회 경제적 구조·법과 규범·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적 관점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죠.” 그는 ‘지구 온난화’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대기의 평균 온도를 높인다는 과학적 자료·이산화탄소의 감축문제를 놓고 얽혀있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적 이해관계 등 다른 학문과의 통합을 통해 접근해야 환경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학문적 통섭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는 정보 활용법과 최신 IT 기술 교육이 정착돼지 못했죠”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이 외에도 학문적 통섭을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할 문제들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고교입시제도·한 분야의 지식만 쌓게 돼있는 대학교육·해당 전공과목 교수로만 구성된 교수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학문을 연구하려다 보니 연구과정에 있어 여러 가지 불편함도 있다. “제 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학문들까지 다루려니 조금 힘들기도 합니다. 타 학문의 기본 개념은 이해할 수 있어도 깊은 역사성과 정체성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끝까지 통섭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강 교수의 굳은 의지다.

앞으로 통섭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학문 분야도 다양하다. “‘인간의 본성’을 생물학적으로 접근해 문화·사회·심리적 측면과 조화시키고 싶어요. 과학계에서 여성 인력이 부족한 원인을 성의 차이에 주목해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구도 해보고 싶고요.” 그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이공계 학자·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과학 글쓰기」라는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뚜렷한 주관으로 ‘통섭’을 추구하고 있는 강호정 교수는 “학문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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