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채플 설교자로 오인숙 수녀가 초대됐다. 가톨릭을 인정하지 않는 일부 보수 교회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일도 ‘이화’에서는 가능하다. 본교 기독교학과는 진보신학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인문대 기독교학, 소속부터 달라
서울소재 대학 중 감신대·장신대·총신대·연세대 등 7개 대학은 신학대학 내에 신학과가 있다. 반면 본교를 포함해 서울여대·숭실대는 기독교학과가 인문대학 내에 속해있다. 기독교 계열의 ‘신학’과 ‘기독교학’ 모두 기독교의 신(神)을 연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둘은 소속이 달라 학문 연구 방향에 차이가 존재한다. 신학대학 신학과는 장로교·감리교 등 교회와 연계된 교단에 속해 있지만  기독교학과의 경우 교단에 속하지 않는다. 이경숙 신학대학원장은 “본교 기독교학과는 교단이 추구하는 종교적 특색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인문대 소속인 만큼 철학·사학 등 인문학과 함께 연구해 신학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 할 수 있다. 장윤재 교수(기독교학 전공)는 “신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문대 내 여러 학문과 토론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두드러져
진보신학이란 1960년대 이후 등장한 민중신학·여성신학 등 현대신학을 연구하는 학풍을 일컫는 말이다. 이경숙 신학대학원장은 “성서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 쓰여저당시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며 현대적으로 성서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학풍은 자유분방한 정신(Free Spirit)을 추구하는 기독교학과의 오랜 전통이다. 

기독교학과 교수진 역시 진보신학을 연구하는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다. 총 10명 교수의 출신 대학은 미국 유니온 신학대(Union Theological Seminary)·독일 게팅겐대(Gottingen Univ)·드류대(Drew Univ) 등 진보신학 연구가 활발한 곳이다. 이 대학들은 1960년대 이후 민중신학·흑인신학·여성신학 등 다양한 계층에서 발생한 신학을 주로 연구한다.

신학의 기본 체계를 설명하는‘조직신학’ 과목도 진보신학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주로 강의한다. 이경숙 원장은 “중세시대까지 이어져온 정통신학만을 진리라고 주장하는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 불상에 절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한 이찬수 전 강남대 교수(신학 전공)가 지난학기 ‘기독교와 세계’를 강의한 것도 기독교학과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여성신학 중점적으로 다뤄
본교는 특히 현대신학 분야에서도 여성신학에 관심이 많다. 학과 커리큘럼에도 ‘여성신학’이라는 과목이 따로 개설돼 있다. 또 기독교학과 전공 과목 중 여성 신학을 다루는 강의가 70% 이상이다.‘‘끼어들기’:보다 통전적인 생태여성주의 이론과 실천을 향하여’(안선희,2005)·‘여성주의 페다고지를 위한 기독교 교육과정’(백은미,2005)은 모두 본교 기독교학과 교수의 논문 제목이다.

전공 과목‘구약성서의이해’ 주교재로 사용됐던 이경숙 원장의 저서「구약성서 개론」에서도 여성신학적 관점을 찾을 수 있다.‘성서의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내용이 매우 잔인하고 억압적이고 또 남성 중심적이라는 점이다.’이 구절은 동양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바라보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을 보여준다.

강선구 기독교학과 공동대표는 “자유로운 기독교학과 특성이 기독교의 다양한 관점과 넓은 시각을 키워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 내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위축됐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독교학과의 특성에 대해 일부 국내 기독교계는 종교의 신성성을 위협하는 인본·자유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장윤재 교수는 “근본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다름’의 차이를 ‘틀린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신학을 보는 여러 견해 중 하나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교회의 80%가량이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다른 시각에 대해 배타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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