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연합동아리 ‘인문학회’3기 학회장 박세라(국문·3)씨

서울지역 연합동아리 ‘인문학회’3기 학회장 박세라(국문·3)씨
“고전, 당연히 재미없죠. 그래도 읽어요. 내가 자라는 소리가 들리거든요.”

실용학문 대신 낡은 고전 속에 푹 빠져 사는 학생이 있다. 바로 서울지역 연합동아리 ‘인문학회’3기 학회장 박세라(국문·3)씨다.

인문학회는 매주 국가·유토피아 등의 고전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1기 정치사상·2기 역사를 거쳐 올해는 ‘철학’을 주제로 서양철학사·플라톤 등의 사상에 대해 토론한다. “이렇게 재미 없는 책들을 혼자 읽는건 정말 힘들어요. 솔직히 다 읽어도 이해하기란 쉽지 않죠.”그는 학회의 매력을 ‘토론’이라고 말한다. 어려운 고전서를 읽고 함께 생각을 교환하다보면 더 큰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토론시간에 제기된 문제들은 뒷풀이 자리에서도 계속 이야기해요. 다들 열정이 대단하죠.”

인문학회는 그의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문학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신입생 때는 인문학부에 입학한 것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인문학도로서 인문학이 무엇인지나 알자는 심정으로 학회에 지원했죠.” 두꺼운 고전책을 매주 읽는 학회 활동을 통해 인문학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제 나름의 인문학을 정립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아무리 읽어도 소화가 안됐던 고전들이 이젠 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바탕이 됐다. 덕분에 교양과목 성적도 눈에 띄게 올랐다.

어려운 고전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질문들이 생긴다. 특히 인문학회 회원들은 서로 ‘왜 고전을 읽는 거지? 인문학을 왜 하고 있지?’등의 질문을 자주 던진다. “답이 없는 문제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을 다시 읽게 되죠. 결론은 인문학적 소양이 삶에 꼭 필요하다는 거예요.”그는 인문학적인 질문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

그는 ‘인문학의 위기’는 곧‘인류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세상의 뿌리라고 생각해요. 인문학이 흔들리면 학문의 기본이 흔들리는 거니까요.” 그는 실용학문은 확대되고 인문학이 축소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모든 인류 문화·역사의 근본이 인문학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꿈은 이화 안에 인문학회를 만드는 일이다. “이화인들은 인문학회 참여율도 높고 인문학에 관심도 많은 편이에요.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앞으로 각 대학마다 인문학회를 세워 더 큰 인문학 공동체를 조성하겠다는 장기적인 포부도 있다.

그는 욕심을 버려야 고전을 읽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달에 한 권을 읽겠다는 결심보다는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일이 재밌지는 않지만 지적인 재미를 한 번 느끼면 빠져나올 수 없죠.” 그의 눈빛은 인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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