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안윤정(독문·69년졸)씨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안윤정(독문·69년졸)씨
1천7백여명 여성 경제인들의 수장이 된 이화인이 있다. 지난 1월24일(수) 국내 최대 여성 경제인 단체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의 5대 회장으로 정식 취임한 안윤정(독문·69년졸) 회장이다. 여성 경제인의 사회 진출을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안윤정 회장을 논현동에 있는 그의 의류매장 ‘앙스모드’에서 만났다.

안 회장은 요즘 여성 경제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 중 가장 주력하는 정책은 ‘여성기업 할당제’다. 이는 조달청 구입물품의 5%를 여성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분야 중 경제 분야가 가장 미약한 만큼 할당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남성들보다 사회 진출이 늦은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할당제 도입이 결코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은 아니에요. 단지 같은 출발선상에 도달할 때까지 혜택을 주는 것이죠.”

이처럼 그가 여성기업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선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제2의 안윤정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여경협 회장이자 여성복 브랜드 ‘앙스모드’대표인 그는 여성 사장이 거의 없던 1975년 경제계로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의류 산업이 사치라는 인식 때문에 옷을 생산한 년도까지 표시할 정도였어요.” 그는 의상디자인과 경제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여성 경제인들의 수는 많이 늘었지만 경제분야에서 리더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누구보다 여성 경제인의 고충을 잘 아는 만큼 여성정책에 대한 그의 관심은 특별하다.

‘소규모 보육센터’ 역시 자신의 뼈저린 경험을 통해 마련한 시설이다. 성공한 여성 경제인인 안 회장도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양육과 일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세 아이의 육아 문제에 대한 부담 없이 사회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죠. 다른 여성들도 저처럼 아이 걱정없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그가 직장 내 여성 직원의 양육을 도운 지도 벌써 10년째.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직장 생활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정부 차원의 육아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은 힘들죠.” 이처럼 그가 제시하는 정책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여성 경제인들을 위한 것이다.

여성기업을 위한 정책개발은 안 회장 혼자 감당하기에 벅찬 면이 많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협회 내 경영연구소를 세우는 일이었다. “경영연구소를 통해 실제 사회에서 활동 중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에요. 여성 경제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서죠.”

그는 여성 경제인이 성공하려면 효율적인 여성정책을 반영하되 여성 경제인끼리 ‘정보 공유’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여성들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염려되요. 아무리 정책적인 지원이 많아도 다른 경제인들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거든요. 정보는 나눌 때 오히려 그 빛을 발하는 것이니까요.”

그의 여성 경제인을 위한 정책요구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하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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