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신입생 선발 자율권 보장해야
대학의 신입생 선발 자율권 보장해야
  • 박지현 기자
  • 승인 200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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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3불정책’을 두고 정부와 대학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21일(수) 서울대가 3불정책을 ‘교육발전의 암초’에 비유하며 비판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3불 정책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22일(목) 3불정책 위반시 엄단하겠다고 폐지론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3불정책은 뜨거운 감자다. 대학들은 3불 정책이 교육의‘하향평준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는 반면 정부는 ‘교육의 근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불정책은 대선 시기에 맞춰 정치적 대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대의 발언이 3불정책 논란의 도화선을 당겼으나,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계에 내재된 고질병이다. 3불정책은 정부와 대학의 입장차가 표면으로 드러나게된 계기일 뿐 실질적인 문제는 ‘대학 자율성’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외에도 대학의 학생 선발과 행정까지 간섭하고 있다.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가 하면, 외국어 특기생 전형에도 영어 제시문 출제를 금하고 있다. 외국어 특기생을 뽑는 전형을 외국어로 낼 수 없다니 가당키나 한 소린가.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부장관은 매년 입시가 1년 6개월 남았을 때 대학이 따라야 할 입시 기본 방향을 담은 ‘대학입학전형기본계획’을 발표한다. 한마디로 교육부가 전국 국·사립 대학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수많은 입시안을 대학에 요구했다. 정부의 요구안은 기본적인 방향 제시를 넘어 전형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9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이른바‘하나만 잘하면 대학간다’는 내용의 ‘2002년 대입 개선 방안’ 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정부의 입시안은 카멜레온처럼 변화했다. 수능만으로 대학을 가는가 했더니 내신과 수능을 모두 잘하는 것을 요구했고, 이제는 내신·수능·논술을 모두 잘하는 ‘만능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교육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으로 인한 것이다. 올해 2008학년도 입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내신을 50% 이상 반영하라’는 으름장에 대학은 자구책을 찾았다. 올해 대입은 수능 9등급제·내신 상대평가제로 변경됐다. 이에 대응해 각 대학은 논술 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수능의 변별력을 강화하는 전형을 쏟아냈다. 결국 정부와 대학이 요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험생은 이른바‘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됐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 시험만을 관장하고 신입생 선발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 대학의 학생 선발권이 보장되면 각 대학은 나름의 평가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것이다. 정부는 말로만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천명하지 말고 실질적인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31조 4항도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3불정책의 핵심인 ‘본고사’가 부활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입시 고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정부가 요구하는 교육 방침과 대학이 원하는 것을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전국의 수험생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부는 ‘사교육이 판칠 것’이라는 이유로 대학 자율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십수년째 외친 ‘공교육 정상화’는 대체 언제 실현될 것이란 말인가. 공교육이 공고해 지기는커녕 사교육 시장규모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5년 이후 조기 유학생은 연간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21일(수) 교육부는 ‘대학자율화 위원회’를 발족해 5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달 초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교육부와 별도로 ‘대학자율화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두 위원회는 3불정책을 포함한 대학 규제에 대한 문제를 실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3불정책을 포함한 한국의 대학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OECD는 대학을 강도높게 규제하는 대신 유인책을 두는 것을 권고했다.

고등학생 82%가 대학 진학생, 국민 16명 중 1명이 대학생이라는 ‘대학’민국. 우리나라는 대학 자율화의 잣대로 볼 때 교육 후진국이다. 이제 정부가 대학에 자율권을 보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