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낸 단과대학(단대) 운영자금이 감사의 무풍지대에 놓여있다. 단대 운영자금 사용내역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단대 운영자금은 총학이 단대에 배분한 중앙 학생회비와 각 단대에서 개별적으로 걷는 학생회비를 합한 금액이다. 이 중 중앙 학생회비는 각 단대별 납부 인원수에 따라 배분되며 단대 행정실을 통해 지급된다. 반면 단대 학생회비는 각 단대의 예산에 따라 약 1만5천원∼13만원을 학생들에게 직접 받는 것으로, 단대 학생회가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 단대 학생회비의 사용 내역은 객관적인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있다. 단대 학생회비는 별도의 감사 없이 단대 학생회 자체적으로 사용내역을 공유한다. 단대 학생회측은 대자보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공개하므로 별도의 감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은정 자연대 학생회장은 “단대 학생회 내부에서 이번 학기 말에 대자보를 통해 사용내역을 알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회가 직접 공개한 자보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신지현(사생·2)씨는 “단대 학생회가 공개한 1원의 오차도 없는 예·결산 집계가 오히려 의심스럽다”며 가계부·대자보 등 형식적인 자체 감사는 학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측 역시 단대 운영자금에 대해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김수희 부총학생회장은 “단대 운영자금은 단대 학생회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비용인 만큼 총학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선윤(영문·2)씨는 “단대 학생회비가 내부 감사만으로 진행되는 줄 몰랐다”며 학생들이 낸 돈인만큼 단대 학생회비에 대해 외부 감사를 하는 것은 의무라고 말했다.

학생회비로 진행되는 사업 내용도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김신이 사회대 학생회장은 “학기 초 단학대회를 통해 단대가 준비하는 사업에 대해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지선(산디·3)씨는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학생회비를 냈다”고 말했다.

또 4년치를 한 번에 납부하는 단대회비 납부 방식은 학생회비를 내는 신입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학생처는 한 학부형으로부터 4년치 학생회비를 걷는 것에 대한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수정 약대 학생대표는 “매년 걷게되면 회비 고지를 매번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신입생 때 한 번에 걷는 방식이 사업 진행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보경(분자생명·1)씨는 “4년치 학생회비 액수가 많아 당황스러웠다”며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학생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단대 학생회는 줄곧 운영자금 감사의 필요성에 대해 반대해 왔다. 지난 해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학생처가 단대 학장에게 ‘학생회비 관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보냈을 때 학생 자치 규제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오히려 감시를 자치탄압으로 생각하는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의 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이 많다. 김혜정(영문·3)씨는 “학생회비 사용 내역에 대한 감사는 학생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학생 자치권을 규제하는 것과 감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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