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60% 전공 분반 없어 영어강의 선택…학생들, 영어 실력차로 스트레스 받아

전공 영어강의 수강생의 44%가 외국에서 살다온 경험이 있다. 이들 중 21.2%는 외국 생활 경험이 5년 이상이며, 3~4년 동안 생활한 학생은 28.7%· 2년 이하는 50%다. 14일(수)∼16일(금) 자연대 ‘전자학및실습’·생활대 ‘성인기발달’수업 등 8개 단대 11개 수업의 전공 영어강의 수강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와 같이 나타났다.

수강생의 상당수가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이다 보니 영어강의 증가 취지 중 하나인 ‘일반 학생들의 영어능력 개발’은 흐려지고 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영어강의를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수강을 하더라도 영어 능력차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소라(국제사무학·3)씨는  “전공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비전공생인 국제학부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전공생은 3명”이라며“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생들은 위축돼서 말 한 마디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 전공생들이 대거 수강신청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발적인 의지보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영어강의를 듣게된 학생이 절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58.6%의 학생이 왜 영어강의를 수강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분반이 한 개밖에 없는 전공수업이기 때문’ 이라고 답했다. 영어 실력을 향상시기 위해 수업을 신청했다고 답한 학생은 20.6%로 그 뒤를 이었다.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해외 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과 없는 학생들 간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경우 80.3%가 만족한다고 한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42.8%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강의에 불만족한다고 말한 이유로는 ‘영어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전공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53.1%로 가장 많았다. ‘수업시간 중 교수님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 학생도 28.1%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영어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김은정(정보통신·2)씨는 학생과 교수의 능력이 평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영어강의를 늘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말로 해도 어려운 전공 수업을 영어로 들으려다 보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다”며 “학생 뿐 아니라 수업을 하는 교수님도 영어로 강의하면서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면 교수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영어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전공 내용을 이해하는데 우리말 강의에 비해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세완 교수(경제학 전공)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생기는 어려움은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실력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답안을 작성하거나 질문을 할 때에는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하는 교수들도 있다. 박선기 교수(환경공학 전공)는 “수업은 영어로 하지만 영어로 질문하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한국말을 허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영어강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교수도 있다. 최원목 교수(법학 전공)는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보조인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영어강의의 본래 취지가 학생들의 영어개발인 만큼, 영어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며 “외국 대학에서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습을 도와주는 조교를 둔다”고 말했다.

이상호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영어강의를 많이 듣도록 의무 수강 비율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은 시작 단계이므로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지만 영어강의는 세계화에 다가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학기 81개였던 영어강의는 이번 학기 188개(교양 영어 제외)로 대폭 증가했다. 영어강의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수강생 수 감소다. 올해 영어강의의 강의별 평균 수강생 수는 32명. 강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영어강의로 변경하기 전에 비해 4분의 1로 줄어든 수업도 있다.

언론정보학과 ‘표현의자유와언론윤리’는 84명에서 19명으로 줄었고, 행정학과 ‘거버넌스 이론’ 수업도 77명에서 33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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