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방법도 부모가 대신 문의…수업시간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 몰라 쩔쩔매

사회적으로 성인 취급을 받는 대학생이 아직도 ‘어린아이’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요한 결정을 할때나 어려운 일이 닥치면 부모에게 의존한다. 주체적·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하는 강의시간에도 이런 자세는 마찬가지다. 수업시간에도 혼자 생각하기보다 교수의 의견·강의노트에 의존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 부모에 의존하는 자녀
헬리콥터 부모, 헬리콥터 보이. 성인이 된 자녀 주변을 맴도는 부모와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자녀를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헬기 모녀’·‘헬기 부녀’가 본교에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지난 2월 중순, 조형예술대학(조형대) 행정실에 한 신입생의 아버지가 찾아왔다. 딸을 대신해 수강신청방법을 문의하러 온 것이다. 행정실 관계자는 “신청 방법을 직접 들어야 결정이 쉬우니 본인이 문의하게 하라”고 말하고 종합시간표를 건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공지한 후에는 참가방법 등을 묻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조형대 행정실 관계자는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학부모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헬리콥터 부모를 접하는 것은 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학교 직원들이다. 교목실에는 “딸아이가 채플을 이수하지 못했는데,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며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종종 있다. 국제교류처에도 학부모들의 방문과 문의전화는 낯선 일이 아니다. 국제교류처에서 교환학생 업무를 담당하는 방정운씨는 “파견 학교를 결정하고 나서, 부모님 때문에 변경하게 되는 학생이 매 학기 각 언어권별로 한 명 이상씩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유성경 교수(심리학 전공)는 “청소년 시기의 과도한 입시부담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발달한 부모­자녀 간 밀착이 지속적인 의존관계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자율성 발달이 가장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학원·전공 등과 같이 중요한 부분을 부모가 결정하게 되면서 자율성 발달이 크게 손상됐다는 것이다.

김보미(생명·2)씨는 “요즘 학생들이 이전 세대보다 부모님께 더 많이 의존하는 것 같다”며 “부모님께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 스스로 공부할 줄 모르는 학생
대학생들의 학업관련 의존성은 대학 내에서도 이전보다 두드러진다는 것이 교수들의 의견이다. 유성경 교수는 “교수가 정리하여 수업 전에 올려주는 강의노트는 학생들의 독립적 사고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나, 학생들은 이러한 강의노트를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하영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는 “어려서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공부하다보니, 혼자 힘으로 생각하고 창의적 결과를 만드는 일을 낯설어 한다”며 “다소 어긋나고 엉뚱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써야 하는 과제물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나 논문을 그대로 편집해 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토론식 수업을 강조하지만, 학생이 수업준비를 잘 해 오지 않아 토론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교수가 수업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수가 방향을 제시하면 내용은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채워야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 교수가 학생의 몫까지 챙겨주다 보니 기대치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과제·발표와 같이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 많은 과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새 학기 이화이언 강의평가 게시판에는 ‘과제 없고 팀플없고 책만 달달 외워서 시험보면 되는 과목’을 찾는 이화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김태은(불문·4)씨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떤 주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거나,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학원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교사가 일방적으로 답을 제시했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태은씨는 “이미 고등학교 때까지의 수업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수업시간에도 교수가 일정한 답안을 제시해 줘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갈수록 독립성이 부족해지는 학생들을 위해 교수들은 수업 첫 시간부터 주의를 주기도 한다. 안선희 교수(기독교학 전공)는 이번 학기 ‘기독교와 세계’ 첫 강의시간에 신입생들에게 “자기 인생은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한다는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모나 교수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내라”며 자율·자발적으로 행동하길 당부했다.


최윤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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