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나는 이렇게 본다

성지현(정외·3)
FTA(자유 무역 협정)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 경제 활동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포괄적인 경제통합 협정이다. 협정의 대상을 농업은 물론 금융, 교육, 법률, 방송 등 전체 서비스산업, 그리고 투자, 지적재산권, 경쟁정책, 노동, 환경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FTA는 우리의 삶 전반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여기서 전부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분야를 통틀어 FTA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 핵심은 바로 ‘이윤 추구’라는 데 있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예가 현재 한미FTA 협상의 가장 뜨거운 감자이기도 한 ‘투자자 국가 소송제’다. 국가의 공공 정책 때문에 기업이 예상했던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면 국가가 그 피해를 보상해 줘야 한다. 따라서 공공 정책에 대한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국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집값을 안정시키거나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북미FTA(NAFTA)의 예를 보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확실히 알 수 있다. 1999년 미국의 대표적인 배달 서비스 회사인 UPS는 캐나다 우체국을 제소했다. 공공편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캐나다 우체국이 소포서비스를 제공하여 시장에서 공정성을 해쳤다는 게 그 이유였다. 캐나다 국민들은 저렴한 택배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비교적 서민들에게 유리한 우체국보험이나 값싼 택배서비스가 이런 처지가 될 것이다.

멕시코 쓰레기 처리시설을 인수한 캐나다의 메탈클라드 사가 산루이스포토 시 지역 상수도를 오염시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때에도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지역을 그린벨트로 지정한 정부에 대해서 기업이 소송을 걸었고, 북미FTA 위반이라는 판결에 따라 멕시코 정부는 상수도를 오염시킨 메탈클라드 사에 오히려 1560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이처럼 FTA는 평범한 사람들은 많은 권리를 박탈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살 권리,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지 않을 권리, 마음 놓고 일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유’무역협정의 ‘자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가 아니라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들의 ‘자유’이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가 말하듯이 결코 ‘세계화시대의 피할 수 없는 흐름’도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조차 북미FTA와 호주·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변변한 FTA를 거의 추진하지 못했다. 더욱이, 미국이 중남미 전역에 걸쳐 추진하려는 FTAA(미주자유무역지대)는 남미 민중들의 저항 때문에 파산 일보직전에 있다.

한국에서도 한미 FTA에 반대하는 여론은 찬성 48.3%, 반대 44.8%(2월 2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로 절반에 가깝다. 40억 원이나 들여서 한미FTA 찬성광고를 하고 반대광고는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허가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높은 반대여론이다. 또한 매번 협상 때 마다 거리에 모이는 수만 명의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지만, 반대운동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삶을 몇몇의 국가 관료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의지이다.

소수의 이익이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냐?, 이윤이냐 인간이냐? 나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후자라고 답할지 모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라는 냉혹한 현실과 그것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FTA는 인간의 생명보다 이윤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성지현(정외·3)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