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문화를 통해 본 한국 문화」오정화 교수(영문학 전공) 외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식민지 수탈을 피해 떠난 일제시대 이민부터 현재 선진국 이민까지, 우리나라 이민의 역사는 길기도 하거니와 형태도 다양하다. 이민자들은 이주국과 고국의 언어·제도·문화 차이 문제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민을 유발한 사회·정치적 원인을 규명하는 거대담론 외에 이민자 ‘개인’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본교 인문과학대학 교수와 강사 6인은 이민자 문학·문화 분석을 통해 이민자 개인이 갖는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특히 이 책은 ‘한국문화연구원’에서 ‘한국의 일상 문화’라는 주제로 연구한 한국학 연구의 결과물이라 더욱 뜻깊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재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것이다.

「이민자 문화를 통해 본 한국 문화」는 6장으로 구성돼있다.

1장은 ‘「딕테」­한국계 미국 이민 여성으로서 ‘말하는 여자’ 되기(오정화)’다. 이 글은 미국 이민 1.5세대인 차학경의 자서전적 작품「딕테」를 분석해 언어에 내재돼 있는 문제를 드러낸다. 저자는 한국계 이민 여성이 겪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언어 자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와 연결했다. 특히 저자는 한국계 이민 여성을 주변인적 관점을 살려 언어의 문제를 표현했다.

2장은 ‘스파이와 ‘동화’ - 이창래의 『원어민』에 나타난 이민자들의 가정(김민정)’으로 소수 민족인 한국인들이 미국 사회로 어떻게 동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민 1세대·2세대의 관점을 따로 제시하며 이들의 미국 동화 과정을 심도있게 다룬다. 또 이민자의 상이한 동화 과정에 ‘가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도 드러난다.

3장은 ‘침묵과 말의 변증법을 통해 본 깨어진 일상과 회복의 가능성­노라 옥자 켈러의 「종군위안부」의 경우(조성란)’다. 이 장은 일탈된 삶의 모습인 ‘종군위안부’가 가정이라는 일상을 통해 극복되는 과정을 제시해 가정의 중요함과 그 의미를 보여준다. 가정에서의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증언과 화해’라는 구도를 통해 설명되는 것도 특징이다.

4장 ‘대중가요 가사를 통해 본 재일교포 2세의 정체성(송영빈)’은 가수 아라이 에이치의 노래‘청하의 길∼48번’이라는 노래 가사를 통해 재일교포의 정체성을 다뤘다. 저자는 아리이의 ‘민족성은 유지하되 일본 거주와 자식들을 위한 일본 국적 취득’이라는 고뇌의 과정을 통해 재일교포의 정체성 귀결 과정과 일본의 소수 민족에 대해 통찰한다.

5장 ‘재일 젊은 세대의 일상과 국적­「GO」에 표출된 탈민족적 관점에 주목하여(정순희)’는 재일교포 3·4세의 정체성을 다룬다. 재일 교포 1·2세가 언젠가 귀국하려는 ‘체재형’의식이 강한 반면 3·4세는 일본 영주를 인정하는 ‘정주형’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재일교포 3·4세는 조국과 민족을 초월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동시에 일본 사회와 많은 갈등을 겪는다. 이 글은 이런 갈등을 통해 재일교포의 세대간 문제의 양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6장 ‘재일 한국인 문학과 ‘집’­이회성과 유미리 문학을 중심으로(이미숙)’는 재일 한국인 문학 중‘집’또는‘가족’에 관한 모티브를 비중 있게 다룬 글을 분석한다. 이회성의 작품은 민족적 색채가 두드러지는데 반해 유미리의 작품에는 이 같은 거의 없다. 저자는 이 같은 두 입장이 재일 한국인이 지닌 정체성의 표현이라고 보고, 입장은 다르나 정체성의 갈등이라는 구조는 같다고 판단한다. 이 점을 통해 저자는 재일 한국인의 삶과 한국 문화의 보편성을 분석한다.

한국문화연구원은 올해 초 완간을 목표로 ‘한국학 총서’ 총 5권을 기획했다. 「이민자 문화를 통해 본 한국 문화」는 그 중 제5권이다. 한국학 총서는 과거 지향적인 기존의 한국학을 탈피, 미래지향적인 한국학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의 일상 탐구는 전통문화·근대문화·비교문화 등으로 구분돼 진행됐다.

현재 총서 제2·4권은 출판된 상태이며 제1·3권은 곧 출간될 예정이다. 각 총서의 제목은 ‘1권­조선 후기 지식인의 일상과 문화·2권­근대의 첫 경험·3권­<소년>과 <청춘>의 창·4권 - 한국의 일상 문화와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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