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서평 엿보기-이완용 평전

퇴직 언론인 윤덕한이 저술하여 1999년에 초판 발행된 이완용 평전은 독립신문의 일관된 이완용 찬양과 비호를 다루면서 시작된다. 독립신문은 정부와 백성 모두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였던 시대에 민중들에게 자주독립의식을 일깨워주던 신문이었다. 이러한 독립신문이 ‘대한의 몇 째 안가는 재상’이라고 칭송하며, 독립협회 회원들이 ‘맑은 덕과 중한 물망의 소유자’라고까지 표현하는 등 찬양을 받은 자가 바로 민족최악의 매국노 이완용이다. 저자는 이 지독한 아이러니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이완용 평전을 저술하였다. 저자는 이완용 평전에서 명성황후나 대원군, 그리고 여타의 망국배과 매국노들에 대해 공정한 역사의 심판과 평가를 내려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책임을 이완용 한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한국 사회의 비이성적인 역사인식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완용 평전은 이완용의 출생에서부터 죽음까지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연관지어서 이완용이 매국노로 전락하게 되는 과정과 변신의 논리를 밝히고 있다. 이완용은 철종 9년에 출생하여 10살 때 이호준의 양자로 들어간 이후, 배경과 실력을 두루 갖춘 엘리트 관료로서 성장하게 된다. 특히 불과 4개월 남짓한 학부대신 재임기간 동안의 교육사적 자취는 이완용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간과되었던 대목이다. 또 독립협회 창립총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등 이완용과 독립협회 활동과의 연관성은 이완용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과는 완전히 달라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한때 애국적이었던 이완용은 대세를 따르는 현실주의자의 한계를 보이며 매국노로 전락하게 된다. 저자는 요즘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대세에 따랐다”는 이야기가 이완용의 정치논리였음을 확인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인간형이 대세순응형 현실주의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완용 한 사람에게만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매국의 책임을 전가하고, 그 뒤에 숨어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면서까지 자기위안을 삼으며 소중한 역사적 교훈을 망각하는 우리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이런 점에서 이완용 평전은 히틀러 평전과도 연결지어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요아힘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은 히틀러를 ‘예외적 존재’가 아닌 ‘시대적 요청의 산물’로 해석하며, 시대적 상황에 바탕을 둔 객관적 평가를 중시했다. 이완용 평전은 이와 유사한 기조를 제시하며 이완용이라는 인물과 당시의 시대 상황을 객관적으로 연관지음으로써 진정한 역사적 교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완용 평전은 저자 개인의 감정이 비교적 강하게 투영되어 다소 여과되지 못한 표현으로 나타나는 등 부분적으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면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한 인물의 평전만이 아닌 19세기 말 저물어가는 조선의 상세도로써,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이나 미급한 국제화밖에 이루지 못한 우리의 역사적 연원의 해부도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 눈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이완용들이 배양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엿볼 수 있다.

장지혜(식품공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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