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활란 전 총장이 쓰던 책상 등 중요학교 유물, 먼지쌓인 창고에 보관

쾌적한 환경에 있어야할 유물 일부가 온갖 집기·물품과 함께 창고에서 보관되고 있다.

창고는 외부로부터의 보완이나 내부 환경 등이 역사적 자료가 있는 곳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창문이 잠기어져 있지 않아 철창 사이로 가까이에 있는 책자 정도는 밖에서도 꺼낼 수 있다. 역대 총장들 사진 액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채로 종이상자들과 함께 세워져 있기도 하다.

역사관에 따르면 창고는 유물의 장기적 보존을 위한 장소는 아니다. 역사관 관련 집기류·물품이 대부분이며 일부 유물이 임시적으로 포함돼 있다. 역사관이 세워지기 전까지 본교에는 수장고가 없어 학교 유물들을 대강당 창고에서 보관했다. 역사관이 설립되기 전에도 ‘역사자료실’이 있었지만 대부분 문서 위주의 자료를 소장했다.

지난해 역사관이 복원되면서 유물들을 새로 만든 수장고로 이관하고 있지만 일부는 창고에 있는 실정이다.

창고 옆에 있는 동아리방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는 강유정(기독·4)씨는 “피아노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여러명 봤다”며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학교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들이 소중하지 않게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본교에 왔다가 창고를 본 서울대 조재현(경영·3)씨는 “보관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 있을 공간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버리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쓸모없지는 않다는 말인데, 오르간 같은 물건이 왜 창고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역사관 측은 “역사관이 생기고 그 안에 수장고도 마련되면서 창고에 있는 것 중 보관 가치가 있는 물품을 선별해 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관 측은 또 “창고 밖에서 보면 관리가 안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두 달에 한 번씩 약품처리를 통해 보존관리에 유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품처리를 통한 보존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서도 창고 안에는 관리가 필요한 유물들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창고 안에 있는 유물들 중에는 김활란 전 총장이 사용하던 책상도 있다. 이는 박물관 전시에 사용된 후 따로 보관할 공간이 없어 대강당 창고에 넣어뒀다. 역사관 측은 “현재 역사관 수장고가 문서 보관 위주의 수납장이며 공간이 협소해 창고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숭실대는 박물관에서 학교 유물을 관리하고 있다. 최종 보관 장소인 수장고로 이전하기 전 단계에 있는 물건들도 준 수장공간에 보관한다. 임시 보관용인 준 수장공간 또한 유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항온항습이 조절되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박물관 전영철 연구원은 “지금 당장은 가치가 적게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오래되면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 유물은 각 부서에서 담당해 관리하고 있으며 역사관으로 기증할 경우 역사관이 보관하고 있다. 유물의 경우에 따라 부서에서 가지고 있기도 하고 역사관으로 기증하기도 한다.

정문 현판석의 경우, 해체를 담당한 부서는 시설과였다. 돌로 만들어진 무거운 현판석은 역사관으로의 이동이 어려워 시설과가 가지고 있다. 남석진 시설과장은 “현판석은 무거운 돌이기 때문에 이동이 어렵고 ECC가 완공되면 복원될 수도 있어서 시설과에서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문헌자료를 비롯해 이화교 동판·교기· 기념패 등은 역사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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