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독문학과는 지난 2월26일(월)~28일(수) 서울 도봉산에 위치한 '도봉숲속마을'에서 '제 6회 국제 독일어캠프'를 개최했다. 캠프에는 50여명의 본교생, 5명의 일본 추오대학교 독문과 학부생·대학원생, 독일 본(Bonn) 대학 학생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캠프에 참가했던 본교 신입생의 참가기를 싣는다.

===============================================================================


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이 되었다고 마냥 기쁘기만 했던 1월, 독어독문과에 입학할 예정인 나에게 닥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독일어를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단 한 번도 독일어를 배워본 적이 없었기에 ‘입학 후에 전공을 변경해야 하나, 편입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들이 닥쳐왔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국제 독일어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 캠프에서는 독일어를 기초부터 가르쳐 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약간의 희망을 발견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해보자’라는 열정이 생겼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독일어 회화 책을 구입했다. 독일어 연극반 ‘아우프 디 브레터(Auf die Bretter, ‘무대 위로’ 라는 뜻의 독일어)’에 가입해 캠프에서 공연할 연극의 배우도 맡았다.

 
그렇게 참여한 캠프를 통해 중요한 시험을 칠 때,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의 떨림과 전혀 다른 이상한 떨림을 여러 번 느꼈다.


첫째 날의 떨림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긴장감과 3일간의 활동에 대한 기대로 인한 떨림이었다. 동기, 선배, 교수님 모두 서로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나만 독일어를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 하지만 캠프 장소에 도착하자 이러한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독일어를 처음 배우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기초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초급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중급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독일어 이름을 정하고, 기본적인 알파벳 ‘아베체데(abcd)’에서부터 자기소개까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배웠다. 혼자 회화 책을 구입해 공부한 일주일의 시간보다 친구들과 독일어로 대화하려 노력한 2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배웠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둘째 날의 떨림은 함께하는 활동에 대한 떨림이었다.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베체데’를 어제 처음 배운 학생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발음이 좋아졌다. 독일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못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았다. 대학교 수업은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즐겁게 외국어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녁에는 독일어 연극반 ‘아우프 디 브레터’의 공연이 있었다. 나는 배우로 참여했다. 한번 해보겠다는 오기 혹은 열정으로 뜻도 모르고 발음도 모르는 독일어 대사를 무조건 외웠던 나였다. 그 후엔 <신과 함께 가라>라는 독일 영화도 시청했다. 단순히 독일어라는 문자뿐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익히며 독일이란 나라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이었던 셋째 날의 떨림은 새로 만든 인연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떨림이었다. 캠프를 마무리 하며 다 함께 축구를 했다. 교수님, 선배들, 친구들이 한마음이 되어 축구경기를 펼쳤다. 이때야 비로소 여대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예쁜 척 하고 부끄러워만 할 것만 같은 여학생들이 웬만한 축구선수 못지않게 공을 몰고 골을 넣었다. 대하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선배들, 과묵하기만 할 것 같았던 교수님들에 대한 두려움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독일어를 못하기에 독어독문학과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은 정말 기우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몇 배로 생겼고, 독일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깊어졌다.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가고, 독일로 유학도 가고, 뚜렷하지는 않지만 독일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다는 청사진이 생겼다. 캠프는 친구가 없을 까봐 고민하던 나에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2박3일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경험 말이다.

인문과학부 1학년 정해영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