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통합된 학문을 전공할 수 있는 스크랜튼 대학을 추진한다.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스크랜튼 대학은 ‘글로벌 이화 201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국제화와 기초학문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설립됐다.
 
김혜숙 스크랜튼 대학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여성 교육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고유한 제도를 통해 세계 유일한 대학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학장의 말대로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은 이제 손에 다 꼽히지 않을 정도다. 여대라는 희소성도 명문사학으로서의 위치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시대와 학교의 위상이 변하고 있는 만큼, 독자적인 교육제도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스크랜튼 학부 구상도가 얼마나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스크랜튼 학부의 전공 과목들은 다양한 학문을 융합했기 때문에 넓고 깊은 사고의 폭을 요구한다. 때문에 주전공이 있는 상태의 스크랜튼 학부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내용적 어려움과 함께 그것을 영어강의로 들어야 된다는 점은 학생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스크랜튼 학부 학생들은 국제학부처럼 영어 실력을 중심으로 선발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교수 한 명당 학생 비율을 약 1:6 정도로 하겠다는 것도 향후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다.


스크랜튼 학부에서는 매년 100명을 모집하므로 3년 후면 학생 수는 300여명으로 증가한다. 그 때에도 교수와 학생 비율을 지금 목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김 학장은 교수와 학생 간 멘토링에 대학원생도 참여시킬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교수의 역할을 대학원생이 한다는 것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이미 3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지만 그들이 공부할 전공 커리큘럼은 아직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 신입생들이 전공을 공부할 시간은 1년이나 남았으므로 그동안 준비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 학교측의 태도다. 하지만 자신들이 공부하게 될 전공 커리큘럼도 보지 못한 학생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스크랜튼 학부를 선택한 것일까. 학교에서 제시하는 일방적인 홍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아무리 대학생활에 대한 열의가 높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했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들은 장차 무슨 과목을 공부할지도 모르고 지원한 것에 다름 아니다. 스크랜튼 학부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학교는 겉보기에 번듯한 외형적 변화만을 중요시 할 게 아니다. 내부를 정비하고, 현실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구분해 학생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결과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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