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현상에 대한 믿음
생명현상에 대한 믿음
  • 이대학보
  • 승인 200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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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주 교수 (약학 전공)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3월의 시작이다. 봄이 오면 죽은 듯 앙상했던 나무는 어린잎을 돋아나게 하고, 또 하루하루 변하여 자라고, 열매 맺고 낙엽이 지며 또 한 세대를 건너 갈 것이다. 우리 새내기들을 보면 새싹이 돋아나는 3월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자기를 정의할 때는 내가 가진 것, 배경, 능력 등만을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명력에 대하여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숨쉬고, 심장이 뛰어 혈액이 돌고, 음식물을 소화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잠을 잔다. 지구가 쉬지 않고 돌고 있듯이 인체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우리 몸이 다 성장하여 항상 일정하다고 생각되나, 머리카락은 계속해서 자라고, 오래된 세포는 한쪽에서 죽어가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세포가 생긴다. 어른이 된 후에도 온 몸의 뼈가 10년 주기로 전체를 교체한다. 이러한 사실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사실은 어마어마한 기적이며 우리가 태어나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있는 것만도 큰 축복이다. 이러한 생명력은 우리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깊이 인식하게 한다.

 
학기가 시작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생들의 희로애락을 본다. 개인의 능력과 모습에서, 인간관계에서, 학교생활에서, 미래의 설계에서 기쁨과 동시에 많은 불안과 좌절을 경험하는 것이 대학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황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만을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의 힘을 인식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나를 새삼 발견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가진 큰 생명의 힘은 나에 대한 사랑, 신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줄 것이다. 이로 인하여 불안보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행복하고 활기찬 젊은 날이 되리라… 

 인간게놈지도에 의하면 모든 인간의 99.9%가 유전자 배열이 같고, 0.1% 이하의 차이가 각 개인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본 생명현상은 모든 사람이 같으나 동시에 작은 차이가 엄청난 다양성을 보여서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없다. 우리는 젊은 시절에 우리의 유전자가 가진 것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에 따라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즐거워하는 일이 모두 다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유전자 성향을 잘 파악해내야 한다. 무슨 일이 내게 즐거운 일인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여태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내 힘을 다하여 집중해 보고, 나의 가장 큰 능력과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즐겁게 하다 보면 시간의 내공이 쌓여 중책을 맡아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생명체의 특성은 적응력이다. 옛말에 ‘봄에 비가 오지 않아 가물면, 그해는 풍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하면, 봄에 벼가 뿌리를 내릴 때 비가 오지 않고 가물면 그 식물은 물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리고, 뿌리가 깊은 식물은 여름에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여 그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도 이와 같이, 대학생활은 뿌리를 내리는 봄과 같은 시절이다. 이때에 여러 상황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켜 문제를 풀어보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에 혼신을 다하고 그 상황에 적응해 간다면,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어려운 일도 곧잘 해 낼 수 있는 적응력을 가지고, 평생을 풍성하게 살 수 있는 튼튼함을 가질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젊어서는 많은 것이 타고난 능력에 의하여 결정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 주위를 살펴보면 좋은 능력이 있어도 어떤 태도로 적용하며 살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고등학생이 대학에 들어오면 완성이라 생각하지만 대학은 단지 인생의 시작일 뿐이다. 그 다음 20년은 키는 자라지 않으나, 지난 20년과 거의 같은 속도로 성장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던 미래의 사회는 계속하여 변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열심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려는 마음과, 우리의 기본 생명력에 대한 믿음, 또 나의 유전자가 좋아하는 일을 힘을 다하여 즐겁게 오래 할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새봄에 돋아난 나무의 새싹들도 어떻게 어디까지 자랄까 열심히 궁리 중일 것이다.

 
이공주 교수 (약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