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국문학 공부하러 온 이아샤(국문·3)씨

러시아에서 국문학 공부하러 온 이아샤(국문·3)씨

2000년, 러시아 로스토프(Rostov) 도시의 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아샤(국문·3)는 당시 폐쇄적이고 불안정한 러시아를 떠나 개방적인 나라를 경험하고 싶었다. 새로운 세계에서 경험도 쌓고, 자립심도 기르고 싶었다. 그는 잠시 외국으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7년 후, 그는 이화여대 3학년생이 되어 누구보다 활발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쌍꺼풀진 깊은 눈, 갈색 머리, 높은 콧날. 이국적인 외모의 그를 5일(월) 학관에서 만났다.

“반은 한국인, 반은 러시아인이에요. 한국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이국적인데 오히려 한국 사람과 더 비슷하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아샤씨는 러시아가 국적인 고려인 3세다. “어릴 적부터 고모께 한국 명절·예절·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국이 친숙하게 느껴졌어요.”

할머니의 고향에 가 보고 싶었던 이아샤는 여행지로 한국을 택했다. 짧은 여행기간 동안 그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속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길 잃은 저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던 경찰 아저씨 등 한국은 제게 좋은 모습만 보여줬어요. 한국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격적으로 한국을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에 그는 다시 한국을찾았다. 본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어만이라도 제대로 배워가자고 생각했었는데 계속 공부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좀 더 깊은 지식을 쌓고자 이화여대에 입학하게 됐죠."

한국어를 더 자세히 공부하려고 전공도 ‘국어국문학’으로 결정했다. “한국어는 매력적인 언어에요. ‘기분좋다’는 표현만 5개 이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는 걸요.” 그러나 한국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국문학을 전공하는 것은 외국인인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친구들이 1시간이면 하는 과제도 저는 6시간이나 걸리고…. 사실 지금도 많이 어려워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포기하지 않은 거죠.”

친구들 덕분이라고 하지만 이아샤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언니는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정말 열심히 공부해요. 시도 평소에 많이 외워 놓고요.”함께 다니는 친구 이현주(국문·3)씨가 본 이아샤의 모습이다. 그런 노력은 교수님까지 인정할 정도다. 지난 학기 ‘현대시읽기’를 강의한 한수영 교수(국문학 전공)는 “이아샤는 시암송을 가장 열심히 해 온 학생으로 기억한다”며 “참고문헌도 꼼꼼히 읽고 온 데다 시에 대한 분석도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이화에서의 3년. 낯선 한국어를 어려워하던 그는 어느새 한국문학을 즐길 줄 아는 학생이 됐다. “한국 단편소설을 읽는 시간이 가장 좋아요.” 배경설명이 많고 긴 러시아 소설과 달리 짧지만 주제나 인물 묘사가 뚜렷한 한국 소설에도 매력을 느낀다고. 그는 은희경의 단편소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를 좋아한다며 추천해주기까지 한다.

한국소설을 배우는 시간만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행복하다. 그는 가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요리솜씨도 선보인다. “제가 해주는 러시아 음식 중에서 보르시(borch)를 친구들이 제일 좋아해요”라며 웃는다. 요즘 그는 한국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된장찌개에서 갈비찜까지 만들어 먹는 요리도 다양하다.

동기들·후배들에게 친근한 한국 ‘언니’가 됐지만 아직도 그를 낯설어하는 학생들을 보면 아쉽기도 하다. “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려워하지 말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그의 눈빛에서 꽃샘추위도 녹여버릴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