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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짙은 쌍꺼풀눈, 풍만한 가슴, 가늘고 긴 다리.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운 여성상에 통쾌한 딴죽이 걸렸다.


아름다움만을 좇는 여성들의 욕망을 뒤틀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술전이 있다. 작가 4인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만화로 표현한 ‘Group Show Part II’ 가 2월9일(금)~3월18일(일)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 중 이혜림(성악·85년졸) 작가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한 사이버 캐릭터 ‘토키(TOKI)’를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을 꼬집었다.


그의 전시에서는 여성의 신체부위를 영상과 음향으로 표현한 작품 ‘Obsession(집념)’을 만날 수 있다. 캘빈 클라인·크리스찬 디올 등 유명 향수병 8개 속에 여성의 각 신체부위가 담긴 영상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작품명 역시 영상에서 사용된 켈빈클라인 남성 향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또각또각. 토키가 작은 향수병 속에서 하이힐을 신고 걸어다니는 소리다. 하얗고 긴 여성스러운 손이 향수병 속 줄을 잡아당길 때마다 ‘치­익’하는 향수 뿌리는 소리도 들린다. 두 가지 소리의 반복은 움직이는 영상과 어우러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토키가 사는 향수병은 성적 유혹이 폭발하는 장소다. 진한 형광 핑크색이 도는 토키의 입술이 투명한 향수병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띈다. 립글로스를 바른 듯 촉촉한 입술이 오므려졌다 펴지는 모습은 말을 거는 듯 생생하다. 각 신체 영상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활발하게 움직인다.


향수병 속 여성의 몸은 한층 더 자극적이다. 잘록한 허리에 처지지 않은 볼록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이 영화 속 샤론 스톤을 떠올리게 할 만큼 관능적이다. 신체 영상은 향수병 속 반짝이는 향수 입자들에 둘러싸여 보석처럼 빛난다. 향수 입자 역시 빨강·파랑 등 원색 계열을 사용해 강렬한 느낌을 살렸다.


가장 흔한 성형 부위인 짙은 쌍꺼풀눈도 빠질 수 없다. 크리스찬 디올 향수병에 담긴 짙은 쌍꺼풀눈이 천천히 깜박인다. 성형수술에 열광하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혜림씨는 “화려한 향수병 속의 각 신체부위을 통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집착과 환상을 표현했다”며 관람객들은 이 영상 장치들을 통해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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