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대사와 전혀 다른 한국식 번역 난립, 관객 호응위해 의역 남용한다는 논란 있어

‘열나 짬뽕나’·‘이건 아니잖~아~’·‘경비대장 마빡이를 뭘로 보고’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이 말들은 영화‘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나오는 자막이다. ‘엑스맨3­최후의 전쟁’에서도 ‘조사하면다나와’·‘맨 얼굴이 완전 비호감이군’등의 자막이 다수 등장한다.
최근 한국식 유머를 삽입한 영화자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 의역된 이런 자막이 일부 관객들로부터 ‘원작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질 훼손하는 의역 난립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관람한 박민정(국문·3)씨는 “자막에서 앙드레김을 언급하며 ‘엘레강스하게’라는 말을 사용했다”며 영어 대사와 전혀 다른 한국식 번역에 놀랐다고 말했다. 의역은 본래 단어와 구절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 뜻을 살리는 번역을 말한다. 대다수 외화번역가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문화에 맞는 번역을 한다. 그러나 몇몇 영화는 의역이 지나쳐 본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이소미(행정·2)씨는 “자막이 과도하게 변형될 경우 관객들이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작품의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번역가의 개입이 두드러지는 것도 번역의 기본을 벗어난 것이다. 박찬순 교수(통번역학 전공)는 “셰익스피어 작품처럼 원문에 말 재롱(pun,wordplay)이 있을 때는 살려야 하지만 원작과 상관없이 억지로 넣으면 작품을 훼손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행 지나면 자막 이해 불가
유행어가 많이 사용된 자막은 후대 사람이 볼 경우 이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유행어는 어떤 일이 계기가 돼 일정 기간 쓰는 용어로 그 용법이나 의미가 불안정한 것이 많다. 1996년에 개봉한 영화 ‘솔드 아웃(원제:Jingle All The Way)’에는‘우린 최고의 콤비가 될 수 있어요. 안성기와 박중훈처럼’ 이라는 자막이 있다. 이 의역은 당시 인기를 얻은 1993년 개봉작 ‘투캅스’의 명콤비인 두 주인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1993년에 태어난 현재 중학교 1학년생은 이 대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유행어를 사용하는 자막은 10년만 지나도 관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 된다.


△영화 배급사의 상업주의
영화 배급사는 관객의 호응을 얻기 위해 상업적으로 의역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박물관이 살아있다’·‘엑스맨 3’·‘아이스에이지 2’ 등 의역이 많아 논란을 산 영화들은 모두 같은 영화사 개봉작이다. 20세기 폭스코리아 자막 담당자 ㄱ씨는 “한국적 문화를 포함한 유머 자막은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심한 의역을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모든 관객의 입맛에 맞추기는 힘들다”며 개그를 적재적소에 넣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진려(수학·4)씨는 “흥행을 위해 개그를 넣게 되면 자칫 영화의 질을 떨어 뜨릴수 있다”고 비판했다.


1천여 편의 외화를 번역한 박찬순 교수는 “울어야 할 대목에서 웃게 하는 번역도 가끔 눈에 띄어 외국인과 같이 보다가 어이없던 때도 있다”며 “원작을 파고드는 탐구부터를 우선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역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원작의 의미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원작을 중심으로 번역하면 원작 자체가 주는 재미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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