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기억을 만들기 위해, 또 그 기억을 남에게 들려주기 위해 살아 왔습니다. 이제 이화여대에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7)가 7일(수) 오후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10층 강당에서 ‘기억과 상상’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본교 통번역대학원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회는 국내 독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영화 관련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26일(월) 입국한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다.

르 클레지오는 “작가에게 있어 상상력은 매우 중요하다”며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과 프랑수와즈 사강(「슬픔이여 안녕」)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실제 삶의 경험이 없이 상상력만으로 훌륭한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상상력도 결국 기억에 기인한다”며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억은 경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화·독서 등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므로 문학의 언어는 기억력을 통해 감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어린 시절 맡았던 밀알 향기·가족의 망치질 소리 등 자신의 기억에 대해 설명했다.

2007학년도 2학기에 통번역대학원과 학부에서 강의를 할 예정인 르 클레지오는 “이화여대에서 하게 될 강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나게 된다는 것”이라며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전 세계 여러나라에서 10년 넘게 강의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하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의 자연에 큰 매력을 느껴서”라며 “서울은 도심에서도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곳”이라고 답했다. 또 “한국인의 유머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더 오래 머물고 싶어 본교 강의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르 클레지오는 강연 도중 갑자기 한국어로 “눈”이라고 소리쳐 참석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창 밖에 쏟아지는 함박눈을 가리키며 “한국은 눈 오는 것도 아름답다. 지금 이 순간 역시 ‘한국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겨야겠다”며 한국 사랑을 한껏 드러냈다.

김빛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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