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10번 웃을 때 외국관객도 10번 웃어야 제대로 된 번역이죠”


원작을 그대로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강민하씨(신문방송·00년 졸)는 올해로 9년째 활동 중인 일본영화번역가다.‘러브레터’· ‘이웃집토토로’등 70편의 영화 자막이 그의 손을 거쳤다.


작품 하나를 번역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에서 열흘. 원작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열흘 내내 영화를 수십 번씩 감상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분위기, 감독의 의도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밤중에 혼자 대사를 읊어 보기도 해요. 배우의 대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죠.”‘데스노트’와 같이 만화가 원작인 작품은 수십 권의 만화책까지 섭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강씨에게 극심한 의역이 섞인 최근 영화 자막들은 충격 그 자체다. “일부러 상스러운 유행어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번역은 작품을 훼손하는 것이죠.”그는 원작 대사를 전달하는 자막이 본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영화 번역 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그는 토종 한국인이다. 일본 교환학생 때 했던‘씨네 21’(영화관련 잡지) 통신원 활동이 번역가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때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일본영화‘우나기’를 번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번역일을 하며 영화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이와이 슈운지 감독 작품 중 5개를 그가 번역했다. 감독이 한국을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그가 통역사로 나선다. 10여 년간 알고 지낸 덕에 인생과 영화에 대한 고민도 나누는 사이라고.

그는 최근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기획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막으로 관객과 대화하던 그는 이제 영상을 통해 대화하고자 한다. 원작에 충실한 번역 경험을 살려 일본 소설과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