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에서 만난 한 후배가 있다. 아직 1학년, 풋풋한 신입생이지만 영어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다. 캄캄한 새벽에 나와 학원 영어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토플 종합반을 다닌다. 아무리 영어가 중요하다지만 이 후배에게는 왠지 영어가 삶의 전부인 듯하다. 어느 날 그 후배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영어공부를 하니? 동아리나 다른 신입생 환영회는 안 가는 거야?” 그 후배는 이렇게 말한다. “교환학생 가려고요.”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은 취업 전 경력을 쌓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동아리, 인턴, 봉사활동, 워크캠프 등. 그 중에서 단연 인기 있는 것은 교환학생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영어를 배울 수 있을뿐더러 해외에서 대학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 외국인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 장점이다.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 각국으로 파견되고 있고 여기에 선발되기 위해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교환학생에 뽑히기 위해서는 완벽한 ‘성적표’를 가져야 한다. 착실한 학교생활을 보여주는 좋은 ‘학점’, 외국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필요한 ‘토플성적’ 그리고 의사소통 여부를 확인하는 ‘면접’이다. 이 3박자가 고루 어우러져야 비로소 교환학생에 선발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이 성적기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학점은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아야 하고 토플 점수는 300만점에 270점은 넘어야 안정권이다. 교환학생에 선발되더라도 성적이 좋아야 외국대학을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은 필사적으로 최고의 점수를 받으려 노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웃지 못 할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모 외국 대학 입학에 필요한 토플성적보다 교환학생 토플성적이 월등히 높은 것. 게다가 교환학생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정작 자신이 어느 학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 성적별로 학교를 나누기 때문에 모든 선발 과정이 끝나야 학교를 배정받고 수강과목을 정하게 된다. 죽어라 ‘영어점수’와 ‘학점’을 위해 고생하고 남는 것은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학교에서 보낼 1년이다. 그러니 막상 학교에 가서는 ‘배우는 것 없고 지루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학교 측은 무엇 때문에 교환학생을 뽑는가?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위해? 넓은 인간관계를 위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외국에서의 ‘대학생활’이다. 그 곳에서 전공 수업을 듣고 새로운 대학문화를 접해 ‘international'한 학생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토플 점수 5∼6점, 학점 1∼2점은 중요하지 않다. 언어는 수단일 뿐이다. 학생들이 모든 대학생활을 뒤로 한 채 점수 얻기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바랐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점수를 평가하기에 앞서 어떤 학교의 교환학생이 되어 무슨 공부를 할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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