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동안 학보사에 몸담았던 이화인은 총 421명. 과연 이들의 퇴임 후 모습은 어떨까. 본지는 ‘이대학보 동창 주소록’을 바탕으로 퇴임기자 373명의 졸업 후 동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언론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계·시민단체·출판계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계 진출 가장 두드러져


퇴임기자 373명 가운데 66명(17.69%)이 신문 및 방송기자·방송작가 등 언론계로 진출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이경순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황정민 KBS 아나운서·조선일보 박선이 선임기자 등이 있다.


언론계에 진출한 66명 중 41명(62.12%)은 조선일보·한겨레신문 등 신문사 기자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신문 김경애 기자(32기·사회학과·86년졸)는 “학보사는 기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줬다”며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기자·아나운서·PD 등 방송분야로 진출한 퇴임기자는 16명(24.24%)이다. 이경순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11기·신문방송학과·67년졸)은 “전공 수업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학보사 경험이 채워줬다”며 “대학 4년의 세월 중 학보사에서 보냈던 시간이 가장 소중했다”고 말했다.


퇴임기자들의 언론계 진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1950~60년대에는 퇴임기자 79명 중 11명(약13%)이 언론계로 진출했다. 반면 80년대 이후에는 전체 퇴임기자 중 언론인이 된 비율은 20%가 넘는다.


최근 동아일보사에 신수정 기자(67기·영문학과·04년졸)와 임우선 기자(69기·정치외교학과·06년졸)가, 서울신문사에 김민희 기자(68기·정치외교학과·06년졸)가 입사했다.


이처럼 학보사 퇴임기자들의 언론계 진출이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 기자(43기·정치외교학과·92년졸)는 “당시 글쓰기·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학보사에 대부분이었고, 실제로 지금도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임현선 PD저널 편집장(43기·식품영양학과·92년졸)은 “학생 기자 활동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울 수 있었던 굉장한 특혜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받았던 특혜를 졸업 후 기자가 돼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퇴임기자들은 학보사에서의 경험이 실제로 언론인이 된 후에 시행착오를 줄여줬다고 말한다. 김용련 전 경향신문 기자(13기·신문방송학과·69년졸)는 “언론사 입사 후에도 무엇을,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 익숙해 기자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자(55기·생물과학과·98년졸)도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쌓은 경험들이 있으면 입사 후 현장에 나왔을 때 감각이 남다르지 않나”고 말했다.

학계 진출 역시 활발해


학계로의 진출 역시 활발해 전체 퇴임기자 중 46명(12.33%)이 교수 및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는 언론계 진출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김종순 교수(영문학 전공·6기)는 “문학을 좋아해 학자가 됐지만 학보사에서 배운 기사 쓰기와 편집의 경험은 지금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김태옥 전 영문과 교수(영문학 전공)·장필화 교수(여성학 전공) 등 본교 교수(전·현직 포함) 중 4명이 학보사 출신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학계로 진출한 퇴임기자들의 주 전공은 인문사회학 분야라는 것. 46명 중 영문학·국문학 등 인문과학은 17명(36.95%), 여성학·사회학 등 사회과학은 11명(23.91%)이다.

시민단체·출판계 진출도 꾸준해


국내외 NGO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퇴임기자는 18명(4.82%). 이들은 학보사 활동을 통해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 깨달음이 결국 평생의 직업으로 연결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인권재단 양영미 사무총장(27기·시청각교육학과·83년졸)은 “2년간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하면서 사회 사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며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출판계로 진출하거나 소설갇시인 등이 되는 경우도 눈에 띈다. 분석 결과 현재 중앙 M&B·랜덤하우스코리아 등 출판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10명(3.73%).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정지연 소설팀장(46기·국문학과·94년졸)은 “학보사 활동은 어떤 일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소설갇시인·카피라이터 등이 된 퇴임기자도 8명(2.15%)이다.

공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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