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메시지·과장된 내용 많아, 여대광고 상당수에 미모의 재학생 모델 등장

대학광고가 숨을 쉬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대학이지만 정작 대학광고에는 비슷한 표현과 찍어낸 듯한 이미지가 난무한다.
본사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신문에 개제됐던 4년제 대학광고 100편의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추상적인 메시지 중심의 ‘이미지 광고’가 전체의 약 70% 를 차지했다.

◆과장 심한 이미지 광고
교육 프로그램·장학금이나 해외 유학 기회 제공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광고는 약 30%. 대부분은 ‘엄마의 마음’·‘나무처럼 사람을 키웁니다’식의 모호한 이미지 중심이다. 과장이 지나친 광고들도 있다. ‘메이저리그를 꺾었다. 이젠, 아이비리그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광고에는 ‘새로운 기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계수준의 석학들이 세계인재를 키웁니다’정도의 내용이 전부다. 구호에 대한 이성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5년 이내 5개 분야 세계 10위권’이라는 구호를 쓰고 있는 대학광고 역시 어떤 분야에서 왜 세계 10위권이 될 수 있는지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다.
대학광고가 이미지 광고에 치중하는 이유는 광고가 1년 중 입시철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홍종필(언홍영 전공) 교수는 “추진사업과 비전을 제한된 기회에 이성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세계화·첨단 미래과학 같은 거시적 내용의 이미지 광고를 통해 세부정보가 있는 홈페이지까지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너도 나도 ‘세계로, 미래로’
이미지 광고에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똑같이 되풀이되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학교 간 차별화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점이 문제다. ‘세계의 명문·세계 초일류 대학·글로벌 리더십’등은 대학광고의 공통된 주제다.
이화인 50명에게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한양대 등 인지도가 높은 6개 대학의 광고물에서 대학 이름을 지우고 각 대학을 구분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33명이 한 학교도 알아맞히지 못했다. 14명이 한 개의 학교를 구분해 냈고, 2명이 세 학교를 맞췄다. 설문에 참가한 김효선(인문·1)씨는 “지워진 이름에 어느 대학을 넣어도 괜찮을 정도로 개성 없는 광고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유정(법학·1)씨는 “학교 이름을 빼니 광고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내용이 너무 상투적이어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광고는 ‘세계 100대 대학에 걸맞는 국제화의 기틀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대학교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십시오’등의 내용이다.
한국대학홍보협회 김재곤 회장은 “광고가 차별화 되려면 대학의 차별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대학들은 대부분 유사한 정책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본교 이덕규 홍보부처장 또한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이런 현상은 광고 자체 보다는 대학의 발전 방향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고를 만들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여대만의 광고 유형도 있다?
대학광고들을 비교해 보면 여대만의 공통된 광고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15개의 여대 광고 중 10개 광고에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재학생 모델이 등장한다. 마치 항공사 광고와도 유사한 이런 형태는 남녀공학 대학의 광고 모델이 학교를 대표할만한 학생이나 교수·성공한 동문인 것과 확연히 다르다.
이런 유형의 광고를 본 이정선(국문·4)씨는 “한눈에 봐도 여대 광고인 것을 알 것 같다”며 “스튜어디스 선발 광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못생긴 것 보다는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은지 교육팀장은 여대의 공통된 광고 유형에 대해 대학사회가 상업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여대에서 에쁜 재학생 모델을 쓰는 것은 연예인 모델을 쓰는 것처럼 익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들이 생리대 광고를 비롯해 그동안 사회에서 상품화된 여대생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기업이 대학 안으로 많이 들어오면서 상업화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도 줄어들었다”며 “이런 광고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제는 대학광고에도 뚜렷한 목표가 필요하다. 대학 광고 비용은 장학금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학교 시설 발전에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입학생 입시 점수 상승·지원자 수 증가 등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이 정하고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뚜렷한 광고 컨셉도 중요하다. 제일기획 김주호 팀장은 “숙명여대의 ‘울어라 암탉아’· 고려대의 글로벌화·동양대학교의 ‘공무원사관학교’등은 대학광고계에서도 성공 사례로 꼽는다”며 “분명한 컨셉과 함께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 영향력을 조사해 효과를 검증한다면 차별화된 광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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