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과 컴퓨터실은 리포트를 쓰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책과 씨름하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면 ‘교수님은 내 과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학생들이 낸 리포트에 자신의 생각과 평가를 친절하게 써 돌려주는 교수들이 있다. 일명 ‘첨삭’ 전문 교수들을 만나 과제 지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빨간펜 선생님
유학시절 나의 선생님은 과제를 제출하면 일주일 안에는 꼭 첨삭을 해서 돌려주셨다”는 장윤재 교수(기독교학 전공). 자신이 배운대로 학생들에게 행하는 중이다.
과제를 볼 때는 ‘물’과 ‘그릇’을 중요시한다. ‘물’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 ‘그릇’은 그것을 풀어내는 형식이다. “쉼표·인용부호·각주 등 글쓰기의 기본적인 부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깨진 그릇에 물을 담는 것과 같다”는 것이 장 교수의 말이다. 그는 ‘악착같이’빨간펜 선생님 노릇을 해서 대학 4년의 결실인 학사논문을 잘 쓸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 주고 싶단다.


사이버강의실에서도 첨삭을!
신정원 교수(철학 전공)의 교양과목 ‘예술철학’은 교실보다 오히려 사이버강의실이 더 활발하다. 학생들이 과제로 주어진 글을 읽고 토론방에 글을 올리면 교수는 ‘저자의 입장을 잘 이해했는갗·‘학생의 논지와 근거는 타당한갗·‘무엇이 문제인갗에 대해 피드백(Feed Back)을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글에 대한 점수와 교수님의 첨삭,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신 교수는“인문학은 읽고, 생각하고, 글쓰고, 토론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학문영역인데 강의식 수업은 토론환경에 취약하다”며 사이버강의실을 활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첨삭을 해 줘야 학생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게 되고 더 발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고.


한사람 한사람과 면담하듯이
한수영 교수(국문학 전공)는 “첨삭은 학생들이 자기 성취도를 높일 수 있고, 교수와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돕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과제를 볼 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과 면담하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개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의와는 또다른 기분이다. 가능하면 잘한 점을 먼저 찾아 칭찬하고, 의문점 등을 중심으로 첨삭한다. 학생들이 서로의 과제를 함께 읽어보게도 한다. 대학 수업에서는 교수에게 배우는 것 뿐 아니라 같은 학생들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차 과제에서는 이것을 고치세요
‘현대사회학이론’·‘경제사회학’ 등의 과목을 가르치는 김우식 교수(사회학 전공). 그는 잘 정리된 기존의 이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론들을 비교·비판·분석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짧은 분석글을 써오라고 한 후 이에 대한 평가를 적어 돌려준다. 이후 제출하는 2차 메모에서는 지적된 내용이 대부분 잘 반영되고 학생들의 독창적인 내용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인다.


최종과제까지 다시 또 다시
미시경제이론을 강의하는 김성현 교수(경제학 전공)는 최종 과제를 받기까지 학생들과 여러 번 아이디어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써내면 그 아이디어의 한계나 발전 가능성 등을 직접 짚어준다. 학생은 이를 적절히 받아들여 최종 과제를 완성한다. 학생이 연구실에 직접 찾아와 작성 중인 보고서를 놓고 토론하는 것운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학생들도 수업 외에 추가로 배운 점이 있었겠지만 나도 학생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좋은 리포트를 쓰려면…?

하고자 하는 말을 연필로 별지에 스케치하고 목차를 만들어라
페이퍼의 전체를 이끌어갈 최소한 서너개의 키워드를 정하고, 그 키워드에 따라 글을 이끌어가라.
문장부호를 제대로 사용해라
자기 머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주장하지 마라
하루쯤 놔뒀다가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말이 되면 내라

자신의 생각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해라
글쓰기를 잘하려면 우선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많이 읽어라.
읽기의 과정에서 저자의 입장에 동의할 수 있는지, 저자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생각해라
독서량이 어느 정도 쌓이면 자신의 입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입장이 자신이 주장하는 바에 도움이 될 지를 판단할 수 있다.
평소에 지속적으로 토론해라.

과목이나 주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연구결과가 기존과 우연히 비슷해진 경우와 모방은 구별된다.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라.

사회에 진출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려면 주어진 상황을 분석적으로 파악해라.
실제 전공마다 각각의 특성이 있으므로 전공 교수에게서도 기술을 전수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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