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금) 오전11시. 수업을 듣기위해 학관으로 향했다. 강의실에 조금 늦게 도착해 살며시 문을 열었더니 교수님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같은 옷을 맞춰 입은 학생들이 교단에 서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문대 학생대표의 선거유세가 진행 중이었다.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고 어느새 선거철이 다가왔다. 1년 동안 우리를 위해 일할 학생대표를 선발하는 일은 학기말의 가장 큰 행사다. 학문관에 붙은 알록달록한 선거벽보를 보며 지난해 선거가 떠올랐다.

지난해 열린 총학생회 선본 정책공청회에 취재를 갔었다. 화이팅이화·Double U·이화여라 세 선본은 4시간 가까이 각 선본의 공약과 비전에 대해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는 구조조정·등록금 등의 중대 사안을 둘러싼 입장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질 높은 토론장이었다. 그러나 참여자가 대부분 각 선본의 운동원이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청회가 열린 이화­신세계관 101호의 뒷좌석은 텅텅 비기까지 했다.

선거 유세 중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 운동원들이 음악에 맞춰 율동할 때는 붐비던 학생들이 후보가 마이크를 잡는 순간 하나·둘 돌아서곤 했다. 결국 연설을 끝낸 후보 앞에 운동원만 남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의 선거철마다 일어나는 이 같은 현상에 각종 언론들은 ‘대학생들의 탈정치적 성향과 취업난이라는 문제가 학내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야기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화인들이 매년 선거에 무관심한 모습만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한참 선거 운동이 진행 중이던 지난 해?11월에는 선거 관련 글들로 이화이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토론에서부터 소소한 ‘비화’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인터넷 이대학보의 실시간 개표 기사에도 유례없이 많은 답글이 달렸다. 학생들은 관심이 있으면서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기자로서, 이번 선거가 학생들이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길 꿈꾼다. 이화인들이 인터넷에서의 관심에서 밖으로 나와, 학내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길 바란다. 대동제 이후로 뜸해지는 단결의 기회를 선거를 계기로 찾아봐도 좋다.

11월 한 달, 각 선본의 행보를 살피며 함께 ‘내숭떨지 않는’ 선거를 즐겨보면 어떨까? 이대학보 기자들 역시 선거 현장에 뛰어들어 공정하고 신속한 보도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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