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연합회가 마련한 ‘대학신문 기자 중국산업시찰’에 10월29일(일)∼1일(수) 본사 박혜진·김혜경 기자가 참가했습니다. 일정 중 북경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토론을 펼친 체험기 및 한국어학과 학생 인터뷰를 싣습니다.



잔디밭에 모여 앉은 학생들이 자유로워 보인다. 걔 중에는 아예 드러누운 학생도 있다. 건물 사이로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휙휙’ 지나간다. 눈앞에는 기와로 된 건물들이 동양미를 자랑며 서 있다. 광활한 중국, 그 중 한 성(城)에서 한 명도 오기 힘들다는 북경대 캠퍼스다.

본교를 포함한 9개 대학신문 기자 18명은 10월29일(일)∼1일(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중국산업시찰에 참가했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현대 공장 방문을 비롯해 북경대 교수·학생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셋째 날 진행된 북경대 학생들과의 만남이었다. 참여한 북경대 학생은 모두 9명. 북경대 학생 1명과 한국 학생 2명 꼴로 짝을 이뤄 문답을 주고받았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올 낌새다. 북경대 진애운(한국어학과·4)씨는 한국을 생활하기 불편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가와 땅 값이 높은데 비해 자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 교역을 끊으면 발전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는 또 한국은 전자 통신만 세계적이라며 지금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나 음악 산업도 얼마나 장기적으로 발전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의 ‘우리’ 의식이 강한 편이냐고 묻기도 했다. 수업을 들을 때 한국 유학생들을 보면 친구들 자리를 여러 개 맡아 놓는다는 것.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동식 고려대 신문 고대신문 시사부장은 “국가 간의 문제에서는 ‘민족주의’ 의식이 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개인주의가 심한 편”이라고 답했다.

유교권인 중국에도 공동체 의식이 있지 않냐고 묻자 진씨는 어림없는 소리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중국 대학에는 ‘선후배’라는 말도 없어요.” 그나마 선후배끼리 챙기는 문화는 한국학과가 전부라고. 중국에서는 신입생이 들어온다고 해서 선배가 후배에게 밥·술을 사는 문화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이 유교의 본국이지만, 모택동의 문화혁명 이후 유교와 관련된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그는 중국 내 사라져가는 전통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얼마 전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문제가 됐는데, 북한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이동식 부장이 물었다. “북한과는 별로 영향력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동반자 이상으로는 인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은 ‘미국의 명령에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해석하는 중국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진애운씨는 ‘한국 학생들은 통일을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하유진 서강대신문 서강학보 편집국장이 “지금의 학생들은 전쟁의 경험도 없고, 분단의 아픔도 많이 느끼지 못한다”며 “통일에 무관심한 학생이 많다”고 답했다.

이야기를 정리해야할 때가 오자 아직도 할 얘기가 많은 학생들 얼굴에는 섭섭한 기색이 역력했다. 밖으로 자리를 옮겨 북경대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캠퍼스를 안내했다. 사천(한국어학과·4)씨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은 없냐는 질문에 “별 다른 일은 없고, 학생들이 자살을 많이 해요.”라고 답했다. 북경대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자살을 부를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멀리 보려면 높이 올라가야죠.” 그들은 지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고통은 저 뒤로 제쳐둔 듯하다.

둘째 날에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삼성·현대 공장을 찾았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있는 기업에게도 ‘채용 설명회’는 필수다. 박태규 중국 천진 삼성전자 인사팀 부장은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우수대학을 지정, 업무내용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며 “이는 내년 졸업대상자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순회는 물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노력하는 것은 회사뿐 만이 아니다. 중국 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영어 성적 관리·동아리 활동·인턴십 등으로 경력을 쌓는다.

문화와 의식은 달라도 치열한 대학생활을 보내는 중국 학생들. 이것 만큼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