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별(회화판화·2)씨는 10월20일(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조형예술관 A동 606호 창가에 올려 둔 입체작품이 사라진 것. 5월에 있던 작품전시회 이후 손보려고 놓아 둔 작품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작품도 여러 개 있었는데 그것만 없어진 걸 보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도 찍어두지 못한 작품이었다. 곧바로 목격자를 찾는 게시물을 붙였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김미연(조소·2)씨도 6월 경 작품을 분실했다. 조형예술관 C동에서 자연사박물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야외 목조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높이 60cm 가량 되는 원통 모양의 조각품이라 집에 가져가기엔 무거워 두고 갔는데, 이후 다시 가보니 작품은 온데간데 없었다.

사라지는 것은 작품 뿐만이 아니다. 박유미(조소·4)씨는 작년 5월 목조장에서 작업 중 잠시 밥을 먹고 온 사이에 조각할 때 쓰는 공구들이 모조리 없어졌다. 경찰을 불러 수사까지 했으나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조형대학생들은 수업 후에도 개인 작업을 위해 실기실(강의실)을 이용한다. 여럿이서 공유하기 때문에 개방돼 있다 보니 간혹 작품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회화 및 입체작품 제작이 많은 미술학부가 사용하는 A동 건물에서 더 심하다.


김모모 조형대 학생회장은 작품 도난의 범인을 외부인으로 추정했다. “과 학생들끼리 서로 대부분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내부인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재 각 학과 사무실은 보안을 위해 번호 자물쇠와 열쇠 등으로 실기실을 관리하고 있다. 오후8시 이후에는 정문을 제외한 모든 문을 잠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외부인을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형대 A동의 방호원 ㄱ씨는 “외부인이 여성일 경우 본교 학생과의 구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품을 가지고 나간다 해도 자기 것이라고 말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형대 최유미 학부장은 보안을 위한 CCTV 설치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어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중요한 물품은 사물함에 넣고 학생들 자체적으로 실기실 열쇠 관리를 강화하는 등 스스로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 주임교수회의에서 학생들에게 주의를 요하도록 공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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