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성균관대가 대학원 석·박사 과정으로?‘휴대폰학과’를 신설해 이슈가 됐다. 실제로 2007년 첫 신입생 전형에서는 총 40명 선발에 365명의 지원자가 몰려, 9.1: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작은 기계 하나가 학과 이름으로 내걸 만큼의 위력을 지니고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휴대폰 하나만 들고 나가면 만사가 해결되는 세상이다. 휴대폰은 곧 ‘소통’을 의미한다.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 현대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 데 휴대폰처럼 좋은 수단도 없다. 관계에 목마른 현대인들은 손에서 휴대폰을 잠시도 놓지 않는다. 오죽하면 심리 테스트에 무인도에 가져가야 할 것 중 하나로 휴대폰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까.??


휴대폰이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소통로’임을 확인한 사건이 있었다. 무심히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검색하다 연락을 자주 하지 않던 친구의 이름을 발견해 내곤 고민에 빠졌다.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 만나자니 부담스럽고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안본지 오래됐네. 그동안 잘 지냈어?’라는 조금은 쑥쓰러운 문자. 1년 넘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친구와의 관계는 사소한 문자 하나로 회복될 수 있었다.


휴대폰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인간 관계가 휴대폰을 통해 살아나고 있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통해 타인과 만나고 그 들로부터 위로받는다. 휴대폰으로 주고 받는 조그만 한 마디가 껄끄러웠던 사람들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타인’ 을 돈독하게 해 준 휴대폰에 감사할 수만 있을까. 점차 휴대폰을 소통의 도구로 인식하기 보다는 기계로부터 종속돼 사람들 스스로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대해 불편하고 두려워할 지경이다. 타인과의 소통이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휴대폰이 없을 때 초조하고 불안해하는 ‘휴대폰중독’ 증세다.


나 또한 휴대폰중독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 번은 늦잠을 잔 탓에 허겁지겁 학교를 뛰어가느라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왔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부터 하루종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폰을 켜는 내 모습에 문득 씁쓸함이 몰려왔다.


단지 작은 기계에 불과한 휴대폰 때문에 하루종일 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사람이 비단 나 뿐일까. 오히려 사람이 기계에 속박 당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예전에 유행했던 ‘또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무색할 만큼, 잠시라도 휴대폰을 멀리하면 숱한 전화와 문자 세례가 쏟아진다.
이제 휴대폰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24시간 가능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시간마저도 휴대폰이 차지해 버렸다. 휴대폰이 있기 전에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지하철 안에서 책 보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하철에 올라타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문자나 게임을 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 조차도 휴대폰이 빼앗아 가버린 판국이다.


휴대폰은 분명 사람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적합한 기계다. 그만큼 휴대폰에 의지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타인과의 관계도 긴밀해 진다. 하지만 타인과 마주하는 그 시간만큼 자신과 마주할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타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지만 자신과의 소통만큼 중요할까.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마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은 가지지 못했다. 스스로를 위한 성찰의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우리 잠시만 폰을 끄고 자신을 바라보자. 타인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에게로 초점을 맞추는 순간 좀더 발전적인 미래를 구상할 수 있다. 이제 광고 카피 문구도 새롭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나 자신과 만날 때는 휴대폰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로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수십 통의 문자를 배달하는 휴대폰은 현대인의 ‘애물단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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