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총장’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최근 대학 총장들은 발전기금을 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3500억 원을, 서강대 손병두 총장은 취임 1년 만에 160억 원을 끌어들이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본교 이배용 총장도 임기 중에 1천억 원을 모금하겠다고 약속하며 기금 모금에 박차를 가했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학재정의 충분한 확보가 필수적이다. 미국 사례를 검토해보면 대학 재정 규모 순으로 대학 순위가 결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기부금 상위 대학은 하버드·스탠포드·코넬 대학 순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이뤄진 ‘U.S. News & World Report’의 대학평가 순위는 기부금 순위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재정이 탄탄한 대학이 일류대가 되는 것이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는 정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재정 부족이 왔고, 미국 명문대와의 경쟁에서 밀려났다.
대학의 재정확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기부금 모금이다. 기부금 이외의 재정 조달 방법은 정부 지원· 기업 지원·등록금 인상 등 3가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나라의 정부 지원은 10% 내외로 미미한 수준이다. 기업 기금은 제한돼 있으며 서울 내 몇몇 대학에 쏠리는 현상을 보인다. 때문에 대학들은 등록금을 통해 재정을 메꾸려 하고, 매년 등록금을 인상한다. 서울대학교는 최근 “신입생 등록금을 2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나라 대학들은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2003년의 경우 국내 4년제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69.7%였다. 특히 사립 전문대들의 등록금 의존율은 2005년 89.7%에 이르렀다. 반면 기부금 의존율은 11.6%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미국 하버드대는 23%만 등록금에 의존, 기부금 의존율이 28%에 이르렀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대학의 1인당 교육비는 선진국의 3분의 1에도 못미쳐 대학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던 시대는 지났다. 학교는 학생에게 부담을 넘길 생각을 하기 이전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대학으로 끌어 올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기부금 조성은 학교·학생·기부자 모두에게 이익인 윈윈(Win­Win) 게임이다. 기부자는 사회공헌을 할 수 있고 학교는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높여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부금은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일대 음대는 2006년 한 해 음대생들의 수업료를 전액 면제해 줬다. 익명의 독지가가 1억달러를 기부한 덕분이다.
대학은 기업·동창의 기부금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보다는 그들 스스로 대학을 지원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모금 방식의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 기부자에게 대학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을 마련해야함은 물론이다. 숙명여대는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으로 동창 기부금 1천억 원을 모았다. 동시에 여자 동문은 기부금을 잘 내지 않는다는 고정관념마저 깨버렸다. 서울대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유가족이 받지 않고 대학에 기부하는 보험 상품을 판매를 시작했다. 기부금 1천억 원 모금의 첫걸음을 뗀 본교도 앞으로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 하는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부금이 저절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의 노력을 통해 기금 모금사업이 큰 성과를 올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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