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한 것은 13일 ‘세계와 상징 예술표현의 이해’수업시간이었다. 장소는 학관 110호. 하필이면 비도 내리고 어둑어둑한 날이었다.  갑자기 복도쪽에 앉은 학생들 몇몇이 소리를 질렀다. 쥐를 봤다고 했다. 그 때까지는 봤다는 사람도 몇 명 안되고, 대부분의 학생이 못봤개 때문에 웅성웅성 하는 정도에 그쳤다.


10분 쯤 지났을까. 강의실 앞 쪽에서 또 다시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또 쥐를 봤다고 했다. 학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도 얼굴이 굳어지셨다. 여느때 같았으면 졸법도 했을 학생들이 잔뜩 긴장했다. 그래도 수업은 계속 진행됐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은 마지막 10분을 남기고 깨졌다. 또 다시 쥐가 나타난 것이었다. 이번에는 학생들의 비명 소리도 앞의 두 번과는 달랐다. 삽시간에 강의실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공포스럽다.


학관이 낡고 청결하지 않다는 것은 수업을 들으며 늘상 생각했던 점이다. 특히나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이 치우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 대형 강의인 만큼 강의실 안에 쓰레기통도 세 개나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그만큼 많이 나온다는 말이다.
이런 일이 생기자 단대 행정실에서는 학생들의 음식물 반입을 제지하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였다. 학생들이 가지고 들어오는 음식물로 인해 쥐나 고양이 또는 해충이 강의실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들의 행동을 보면 먹은 음식물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나가는 모습은 부지기수였다. 쓰레기통에 음식물을 고스란히 담은 깡통 따위를 그대로 버리는 경우도 많이 봤다.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우리 환경의 청결과 곧바로 직결된다.
예전에 타대에서 우리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온 학생이 “너네 학교에는 왜 이렇게 의자 밑에 음식 쓰레기가 많이 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적어도 자기가 먹은 음식물 쓰리게는 끝까지 책임지는 이화인이 됐으면 좋겠다.
그 날의 ‘쥐사건’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일으킨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엄주형(광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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